식약처, STI 자가검사시약 품목 신설 행정예고 … 기존과 달리 '직접 판독' 전문의들, 자가검사 신뢰 결여 … 임신부·태아 건강권 외려 박탈가성비 조기 진단 위험성 거론 … 성병 관리 사각지대 키우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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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매독, 임질 등 성매개감염병(STI)을 집에서 직접 검사하고 판독까지 끝내는 '자가검사키트' 허용을 추진하자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적 진단 절차를 생략한 채 시장 논리만 앞세운 졸속 행정이자 여성과 태아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6일 다수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최근 식약처의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식약처는 성매개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회피와 검사 접근성 제고를 명분으로 일반 소비자가 직접 판독하는 '자가검사용 면역검사시약' 품목 신설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현재 온라인 등에서 유통되는 성병 검사 키트는 '검체 채취 및 수송 키트'다. 소비자가 집에서 검체만 채취해 우편으로 보내면 전문 검사기관에서 핵산증폭검사(NAAT/PCR) 등 정밀 장비로 분석해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다. 최종 진단은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에 있다.

    그러나 식약처가 이번에 예고한 품목은 임신테스트기처럼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눈으로 양·음성을 판독하는 '면역검사' 방식이다. 전문가의 분석 단계가 완전히 생략되는 구조로 정밀 PCR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현저히 낮아 오진(위음성)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 위음성 판정, 잘못된 안도감이 키우는 재앙 … 불임·자궁외임신 초래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자가검사키트의 낮은 정확도와 그에 따른 '위음성(감염됐으나 음성으로 나옴)' 결과다. 여성 성병의 경우 클라미디아는 약 70~80%, 임질은 50% 이상이 무증상으로 진행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비전문가가 집에서 면봉으로 훑는 방식은 불충분한 검체량으로 인해 위음성을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확도가 낮은 자가검사 결과가 제공하는 잘못된 안도감은 환자로 하여금 진료 시기를 놓치게 해 골반염(PID), 난관 손상, 불임과 자궁외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임신부 성병 관리의 특수성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매독은 선천성 매독, 사산, 조산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전문 의료기관에서는 활동성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트레포네마와 비트레포네마 검사를 병행하고 역가를 추적하지만 조잡한 단일 항체 자가검사로는 이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자가검사 결과만 믿고 산전 관리를 미루거나 회피하게 만드는 정책은 산모뿐 아니라 태아와 신생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성매개감염병은 법정 감염병인데 자가검사는 국가 감염병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아 실제 감염 규모를 왜곡하고 접촉자 추적 및 역학조사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성병 치료의 핵심인 '성 파트너 동시 치료(EPT)'와 재감염 예방 교육이 자가검사 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재연 회장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국가의 모델을 국내에 무분별하게 이식할 정당성이 없다"며 "식약처는 행정예고 즉각 철회와 함께 전문가 단체와의 전면 재협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