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구토하면 다 MRI 찍어라? 주취 환자 특수성 무시한 판결 서울시의사회 "선의의 진료가 처벌 대상 … 실효성 있는 사법 안전망 시급"뇌경색 환자 오진 혐의 전공의들에 금고형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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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상태로 이송된 뇌경색 환자를 적기에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의료계가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사건은 지난 201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술에 취해 복통과 구토, 의식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이송됐다. 당시 응급의학과 4년 차 전공의 A씨는 뇌 CT 검사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1년 차 전공의 B씨에게 환자를 인계했고, B씨는 이송 3시간 만에 환자를 퇴원시켰다.그러나 환자는 결국 뇌경색이 악화해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영구적 장애를 입었다. 검찰은 신경학적 검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에 대전지법은 "전문적 지식을 신뢰하고 몸을 맡긴 환자에게 업무상 과실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며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의료계 "응급실은 완벽한 확진 공간 아냐 … 사법부 무지"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만취 환자는 정상적인 신경학적 진찰이나 검사 협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음주 증상과 뇌질환을 즉각 감별하는 것은 현장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응급실은 음주 후 구토하는 환자에 대해 CT 촬영으로 출혈 여부를 확인하고 귀가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응급실의 기능을 강조했다.응급실의 역할이 모든 질환을 완벽하게 확진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태를 우선 평가하는 곳임을 강조했다. 매우 드문 희귀질환까지 MRI 같은 정밀검사로 모두 확진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한 것이다.의료계는 이번 판결 이후 응급실 현장이 의학적 판단보다 '법적 면책'을 우선하는 방어진료 체계로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서울시의사회는 "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결과만으로 형사처벌을 남발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방어진료뿐"이라며 "모든 질환이 충분히 감별될 때까지 환자를 귀가시키지 못하게 되면 상급병원 과밀화와 응급실 뺑뺑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고 꼬집었다.또한 이번 사건이 현재 논의 중인 '의료사고특례법'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의의 진료 행위조차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특례 조항만으로는 젊은 의사들의 응급의학과 기피와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젊은 의사들의 응급의학과 지원 기피를 심화시키고 결국 '응급실 뺑뺑이'와 '필수의료 붕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의료계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제도 논의를 중단하고 의료진이 최소한의 사법 안전망 속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