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목전 … '200막닉스·30만전자' 코앞유가·환율·채권금리 무시하고 상승 … 매우 이례적삼전·하닉, 개인이 상승 주도 … 외국인은 물량 '떠넘겨'외국인, 5月 9조 가까이 던져 … 조정 신호탄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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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증시가 거시경제 상식을 뒤엎고 있다. 유가와 환율, 채권 금리가 동시에 치솟는 최악의 대외 여건 속에서도 코스피는 역설적으로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 코스피 '8000' 목전 … '200만닉스·30만전자' 코앞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4.24포인트(4.32%) 급등한 7822.24에 장을 마감했다. 꿈의 숫자로 불리던 8000선이 불과 200여 포인트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시장을 견인한 것은 단연 반도체 투톱이었다. 

    같은날 삼성전자는 6.33% 상승한 28만 5500원을 기록하며 '30만전자' 시대 개막을 예고했고,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11.51% 폭등하며 188만 원에 안착, '200만닉스'라는 전무후무한 고지를 눈앞에 뒀다.

    ◆ 유가·환율·채권금리 무시하고 상승 … 이례적

    이번 랠리가 '기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시장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악재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제유가를 살펴보면 WTI유는 11일 한때 배럴당 100.3달러를 찍으며 심리적 저항선인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실물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인플레이션 및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이란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나쵸' 트레이딩에 따라 유가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코스피는 연일 신고가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NACHO'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없다(Not a Chance Hormuz Opens)'의 약어로 기존에 유행하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꼬리를 내린다)' 트레이드를 대체하는 새로운 테마다.

    채권 금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시중 유동성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쏠리는 데다 기업의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 증시에는 치명적이다.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1일 3.953%까지 치솟으며 유동성 위축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만 '나홀로' 질주 중이다.

    잠잠했던 환율은 11일 1461.47원에서 시작해 0.96%, 거의 1% 상승한 1475.55원에 마감해 외국인의 코스피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은 가만히 앉아서 환차손을 보기 때문에 불리해진다. 

    통상 이 세 지표가 동시에 오르면 증시는 급락하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이러한 매크로 지표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한 채 오직 '반도체 낙관론' 하나에만 베팅하는 극단적인 모습이다.

    ◆ 외국인은 물량 '던지기', 개인은 '설거지'

    더욱 위태로운 것은 수급의 질이다. 

    이번 폭등장은 외국인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의 광적인 매수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던지는 차익 실현 매물을 개인들이 '포모(FOMO)' 심리에 쫓겨 공격적으로 받아내며 지수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록적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도에 집중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누적으로 삼성전자를 3조 3294 억원, SK하이닉스를 3조2664억 원어치나 팔아치웠다. 반도체 투톱에서만 7조 원 가까이 자금을 회수하며 탈출한 셈이다.

    반면 이 물량을 온몸으로 받아낸 것은 개인이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1조 9298억 원, SK하이닉스를 1조 7643억 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다다랐다는 판단하에 외국인이 던지는 보유 물량을 개인이 모두 떠안는 이른바 '설거지' 형태의 수급 구조가 5월 내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 외국인, 5月 9조 가까이 던져 … 조정 신호탄 오나

    외국인의 이탈은 이미 기록적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총 8조 7708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지수가 8000선을 바라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정작 시장의 주포인 외국인들은 10조 원에 육박하는 '엑시트(Exit)' 버튼을 누르며 차익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강력한 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자금 회수는 시장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 금리, 환율 등 모든 펀더멘털 지표가 악화된 상태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10조 원대 물량을 개인의 힘만으로 받아내며 올린 지수는 '사상누각'과 같다"며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이 마무리되고 개인의 매수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에 시장이 급격한 변동성을 노출하며 고점 대비 가파른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