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PI 3.8% '깜짝 상승' … 연준 금리인하 기대 사실상 후퇴원·달러 환율 장중 1499.9원 급등 … 1500원선 돌파 위협美 국채금리·달러 동반 상승 … 한은 통화정책 부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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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생성 이미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2023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강달러와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환율·물가·통화정책 전반에도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전월 대비 0.6% 올랐다. 해당 수치는 2023년 5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 전월 대비 0.4% 오르면서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4월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6%로 CPI 상승률을 밑돌았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률을 넘어선 것은 202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CPI 발표 이후 미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4.9bp 상승한 4.461%를 기록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2bp 상승한 3.989%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국채 매도세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했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정책 당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문제는 단지 유가나 관세 관련 품목만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사실상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양상이다.

    물가 우려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약화되면서 원화 가치도 달러 대비 큰 폭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9원 오른 1493.8원에 개장한 뒤 11시 10분께 1499.9원까지 치솟으며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CPI 충격으로 연준의 금리 동결 장기화 전망이 강화되면서 달러 매수 심리가 확대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국내 국고채 금리도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를 반영하며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고채 10년물은 전일 대비 3.9bp 오른 4.061%에 거래 중이며, 3년물 금리도 전날 보다 0.7bp 오른 3.652%에 거래되고 있다. 물가 불안에 환율과 금리까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 고물가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환율부터 시작해 물가와 금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가격이 높아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 연준과 금리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물가 안정과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 인하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은 물론, 추가 긴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류에도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퇴임을 앞둔 지난 11일 간담회를 통해 중동 지역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어 금리 인하를 논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비둘기파임에도 긴축 경계 신호를 보낸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금융권도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권에서는 수익성 개선 기대와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는 은행의 순이자마진에는 유리하지만, 가계 대출 부실화로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