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STT GDC, 서울 가산에 30MW급 ‘STT Seoul 1’ 개관조 회장 "AI 심장 역할 할 인프라… 효성의 새 성장동력"전력기기·건설·IT 역량 총집결해 K-데이터센터 시장 공략
  •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6일 데이터센터 'STT Seoul 1' 개관식에서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6일 데이터센터 'STT Seoul 1' 개관식에서 "오래전부터 데이터가 21세기의 원유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고발언하고 있다. ⓒ효성
    조현준 효성 회장이 전력기기 사업에서 쌓은 성공 공식을 AI 데이터센터로 확장한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가운데, 효성은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 솔루션 역량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시장을 새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열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STT Seoul 1' 개관식에서 "오래전부터 데이터가 21세기의 원유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며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를 내다보고 수도권에 AI의 심장 역할을 할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 ST Telemedia Global Data Centres가 세운 합작법인 효성-STT GDC는 이날 STT Seoul 1 개관과 함께 데이터센터 사업을 공식화했다. STT Seoul 1은 최대 30MW 규모의 IT 용량을 갖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클라우드와 AI 서비스에 필요한 고밀도 서버 수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조 회장은 "STT Seoul 1은 STT GDC의 전문성과 효성의 전력 솔루션 역량이 만나 탄생한 결실"이라며 "대한민국 AI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일반 업무용 전산센터와 달리 AI 연산용 서버는 전력 소모와 발열이 크다. 전력 공급, 냉각, 운영 안정성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산업에서는 부지 확보 못지않게 전력 인프라 설계와 운영 능력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효성은 이 지점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사업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맡는다. 액화플랜트와 수소충전소 등에서 쌓은 건설·시공 경험도 데이터센터 구축에 접목한다. 효성ITX는 클라우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디지털 전환 솔루션 등 IT 운영 노하우를 더한다.

    조 회장은 "효성은 글로벌 전력기기 빅4 수준의 기술력과 건설 시공 역량, 30년 가까이 축적된 IT 운영 경험을 모두 갖춘 기업"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효성의 핵심 역량이 총집결된 결정체로서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효성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주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조 회장은 2017년 데이터센터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미래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은 아직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이었다. 조 회장은 데이터센터가 AI, 클라우드,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필수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고 글로벌 파트너 물색에 나섰다.

    전환점은 2019년이었다. 조 회장은 서울에서 브루노 로페즈 STT GDC 대표이사 겸 그룹 CEO를 만나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당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데이터센터 산업이 미래 산업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후 양측 협력은 속도를 냈고, 효성중공업과 STT GDC는 2021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합작법인 효성-STT GDC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STT GDC는 아시아와 유럽 12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이다. 보유 IT 용량은 약 2.3GW 규모다. 효성은 글로벌 운영사의 설계·운영 기준을 도입하고, 여기에 자체 전력 솔루션 역량을 결합해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STT Seoul 1의 또 다른 강점은 입지다. 최근 대형 데이터센터는 전력 확보 문제와 에너지 규제, 주민 민원 등으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분산되는 추세다. 반면 STT Seoul 1은 서울 도심에 들어섰다. 강남, 여의도 등 주요 비즈니스 거점과 가까워 데이터 전송 지연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안정성도 강조됐다. STT Seoul 1은 업타임 인스티튜트의 Tier III 설계 인증을 받았다. 설비 점검이나 장애 상황에서도 서버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는 장애가 발생하면 클라우드, 금융, 통신, 플랫폼 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운영 안정성이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조 회장의 글로벌 경영이 만들어낸 신사업 성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미국, 유럽, 일본, 인도 등 10여개국 20여개 현장을 돌며 에너지와 IT 분야 주요 인사들과 접점을 넓혀왔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새프라 캐츠 오라클 CEO 등과 만나 에너지·AI·IT 산업의 구조 변화와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효성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가 기존 전력기기 사업의 수요처를 넘어 새로운 사업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전력망 투자 확대와 AI발 전력 수요 증가를 타고 전력기기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제는 변압기와 차단기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 수요의 최전선인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데이터센터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전력 확보, 냉각, 임차 고객 유치가 모두 맞물려야 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밀도가 높아 운영 효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효성이 전력기기 기술과 글로벌 파트너의 운영 역량을 결합해 안정적인 임차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사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