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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서 금융기관으로 공급된 5만원권은 모두 5500만장에 이르고 있으나 일반 시중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경마장에서는 5만원권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발행 첫날인 지난달 23일 이후 지금까지 한은이 금융권에 공급한 이 고액원 지폐는 모두 5490만장이며 금액으로는 2조7454억원이다. 올해 인구가 4875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1장 이상이 시중 금융권에 공급된 셈이다.
일별 공급액은 유통 첫날인 지난달 23일 3290만장(1조6462억원)에서 지난달 30일에는 240만장(1205억원), 이달 3일에는 140만장(716억) 등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누계로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한은의 은행권 발행잔액(금융권에 대한 공급 누적액) 가운데 5만원권의 비중은 지난달 23일 5.5%였으나 지난달말에는 8.2%, 지난 3일에는 9.0%로 상승했다. 반면, 1만원권은 지난달 22일 92.2%에서 이달 3일 83.7%로 떨어졌다. 5000원권 발행잔액은 3.6%에서 3.4%로, 1000원권은 4.2%에서 3.9%로 각각 내려왔으나 변동폭은 크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이 정도의 5만원권 공급액은 당초 예상했던 수준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라면서 "공급잔액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시중에서 5만원권을 구경하기도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0)씨는 "고액권이 나온 지난달 23일 이후 한번도 손님으로부터 5만원권을 받아보지 못했고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다"면서 "5만원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형 백화점 A사의 한 지점은 현금 결제액 9000만원 가운데 2.8% 가량인 250만원 정도만이 5만원권으로 결제됐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강원랜드 내에 있는 신한은행 사북지점은 지금까지 50억원에 이르는 5만원권을 고객들에게 공급했는데, 이는 본점 영업부의 공급액 9억원의 6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 지점 관계자는 "5만원권이 부족해서 한은에 더 많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농협 마사회지점에도 지난주 창구에 들어온 지폐 50억원 가운데 5만원권이 2억원에 이르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액거래의 대부분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5만원권은 비상금 등으로 보유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 "그러나 카지노.도박, 뇌물수수 등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5만원권이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철이 되면 5만원권 사용은 훨씬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초 우려대로 5만원권이 부정적인 용도로 활발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