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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대기업에 지상파 방송 지분 참여의 길이 열렸다. 국회는 22일 과거 세력의 극렬한 저항 끝에 방송법과 신문법 등 미디어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군사정권의 언론통폐합 이후 29년만이며, 지난해 말 미디어법 개정안이 제출된 뒤 7개월간 난항끝에 마침내 한국 미디어산업의 족쇄가 풀린 셈이다.
개정된 미디어법에 따라 신문과 대기업은 10%까지 지상파 방송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2012년 12월 31일까지 경영권은 유예하되 지역방송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10%의 지분 참여 제한은 최소 3개 이상의 주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책임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이유로 신문과 대기업은 '노영(勞營) 방송' 오명을 갖고 있는 일부 지상파 방송에 참여하기보다 문호가 넓은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전문 채널에 관심을 갖게될 전망이다. 신문과 대기업은 30%, 외국인은 각각 20%(종편)와 10%(보도)까지 참여할 수 있다.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소유겸영을 원하는 신문에는 경영 투명성을 위한 발행부수 등 자료를 제출하고 공개할 의무를 부여했다. 구독률 20%이상의 신문은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소유겸영이 금지 또는 제한된다. 또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을 30%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신문의 방송 겸영시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해 매체간 합산을 통해 제한된다.
신문·대기업의 방송참여 길 열려…시청자 채널선택권 확대, 경쟁력 강화 기대
신문과 대기업 참여로 늘어나는 채널은 시청자 선택권을 넓혀 방송 매체간 경쟁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문의 정보력과 대기업의 투자력은 방송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긍정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디어 산업 분야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 함께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그러나 미디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지금 당장 바뀌는 것이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시행령 마련 등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방통위는 3개 미디어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던 전체회의를 24일로 연기하며 곧바로 방송법 및 IPTV법 시행령 마련 등 후속조치 작업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이날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 "미디어산업의 미래로 볼 때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 "여야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여론다양성 훼손 등 여러 우려 사항을 충분히 보완하는 조치를 포함해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 민영미디어렙 도입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자 승인방안 마련에 분주
방통위는 일단 국회를 통과한 개정 방송법과 IPTV법안 내용을 입수, 시행령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방통위 이태희 대변인은 "향후 3개월 안에 △ 지상파방송과 SO의 상호진입 △ SO 및 승인 대상 PP의 허가·승인 유효기간 △ 광고 중단, 허가유효 기간 단축 등의 명령기준과 절차 △ 신문 구독률 산정기준 △ 미디어다양성위원회 구성·운영 △ 시청점유율 제한(1년 뒤 실행) 등의 주요 시행령 개정 사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법 통과에 따라 방통위는 당장 종편채널과 보도채널 사업자 승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방통위는 이미 마련된 종편채널 도입 정책방안을 토대로 전문가 토론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8월 중에 정책 방안을 확정하고 승인계획을 공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종편 사업자는 사업계획 평가에 따른 비교심사를 거쳐 11월 중에 선정된다. 방통위는 종편사업자 후보로 지상파 방송사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연내 1∼2개의 종편, 보도 채널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화부, 신문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 연내 완료
또 문화부는 신문법 개정에 의한 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을 연내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공포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인 만큼 실제 개정 신문법의 시행은 내년 1∼2월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개정 신문법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재단, 신문유통원 등을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통합하는 작업도 법 시행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부는 기존 3개 기관은 조만간 청산 절차를 밟고 설립 추진단도 구성해 구체적인 통합 재단의 출범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