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어도 10년 정도 하면 한식 세계화가 아주 꽃을 피울 거라고 생각해요. 김치.젓갈.고추장.된장.간장 등 5대 발효식품은 우리의 보물입니다."
    16일 출범하는 한식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일식이나 중식에 견줘 인지도나 위상이 모두 낮지만 한식의 전성기가 온다는 것이다.
    퇴임 후 전국 순회강연을 하며 '전주비빔밥세계화추진단' 고문, 대한민국 요리 대(大)경연대회 대회장 등을 맡은 일은 있지만 본격적인 농업정책 현장으로 복귀한 것은 처음이다.
    국무위원 출신에게 한식재단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자리다. 앞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재단 사무국 인력은 8명뿐이다. 게다가 이사장은 비상임직이다.
    정 이사장은 "외피적으로 보면 격(格)이 떨어진다고 봐야죠"라면서도 "하지만 전 진정으로 우리 농업을 위해 할 일이냐 아니냐를 중요한 덕목으로 보니까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고 맡았다"고 말했다.
    외려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장관 취임 초기부터 우리 음식을 세계화하자고 주창했고,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것도 그가 장관으로 재임할 때였다. 김치.젓갈 등을 5대 발효식품으로 지정한 것도 그다.
    정 이사장은 "한 민족의 전통과 역사, 얼 등이 함축적으로 집약된 것이 음식"이라며 "장관으로 처음 출발할 때부터 우리 전통과 얼을 발현할 수 있는 음식을 세계화하자고 해왔으니 적임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식재단이 앞으로 할 일을 묻자 "엄청 많다"고 답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전통식품의 정통성 확립, 즉 원형 발굴이다. 그걸 기반으로 세계화, 즉 외국 사람들에게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식의 조리법이나 맛 등이 표준화.규격화되면 아마추어 수준에서 운영되는 전 세계의 한식당을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 뒤로도 한식을 제대로 표준화한 한식당에 대한 인증 사업, 인센티브 지원, 표준 조리법 확립.보급, 조리사 양성 등이 앞으로 재단이 담당할 몫이다.
    정 이사장은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엔자임(효소)식품의 시대가 올 것이다. 미국은 비만 등 건강과 관련해 경고등이 켜졌다. 한식이 건강식품으로 우수하다는 걸 규명해 인정받으면 '건강음식 먹으러 가자'며 한식을 먹으러 갈 것이다."
    '건강음식'으로 각인되면 일본이나 베트남이 택한 퓨전화, 현지화 전략을 쓰지 않고도 한식을 세계인의 식단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식 세계화의 성공을 낙관했다. "적어도 10년 정도 하면 아주 꽃을 피울 겁니다. 식품 소비 트렌드가 패스트푸드에서 슬로푸드로 변하고 효소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 효소식품이 바로 우리 5대 식품입니다. 5대 식품은 우리의 보물단지가 될 겁니다."
    정 이사장은 "건강.과학잡지에 한식의 우수성 연구 성과를 많이 올리고 한식 메뉴를 표준화시키는 등 복합적으로 추진하면 한식 세계화의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며 "그러나 사람들 입맛은 금세 바뀌는 게 아니어서 너무 서둘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그러면서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전북도지사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제가 내려간다고 하면 뭔가 확실하게 전북도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며 "세상은 항상 움직일 수 있는 것이고 4월 말까지는 얼마든지 시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