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을 물이 있어야 썩지요!”
    구미보 균열 소동 전말을 취재할 겸 들른 구미에서 첫 만남은 택시기사였다. “구미보 현장 가 주세요” 사투리도 안 쓰고 차림새도 외지인 같으니 기사는 말을 붙였다.
    실제 민심은 4대강 찬성이 훨씬 많음을 알긴 했지만, 극렬히 반대하는 인사들의 표현이 과격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온지라 외지인에게서 4대강 이야기를 들으면 일단 긴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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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숲으로 변한 낙동강의 한 구간에서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 뉴데일리
    “옆이 낙동강입니다. 옆으로 흘러드는 지천이나, 낙동강 좀 보세요. 거의 풀밭이지요”
    보를 만들면 썩는다는 사람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썩을 물이 있어야지요. 보 만들어 썩는다면 썩을 물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우리동네 저수지도 안 썩었는데 보 세운다고 강물 썩는답니까?”
    전에 근처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기사는 구미 낙동강 물 사정을 이렇게 명쾌하게 표현했다.

    반대측에서 훼손된다고 아우성치는 해평습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습지요? 해가갈수록 물이 줄고, 비만 오면 큰물이 홱 지나가버리니, 모래자갈이 쌓여 잡초밭이 된거지. 습지인지 수렁인지 우린 몰라요. 무슨 단체에서 떠들던 해평습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강바닥을 덮고 있는 풀밭 잡초밭으로 밖에 안보여요”
    기사의 표현대로 ‘강바닥 잡초’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새 구미보가 눈에 들어왔다. “구미시는 공단이 많아 형편은 나은 편이지만, 반대로 공단 이미지가 강하다”며 “구미보가 생기면 구미에 명물이 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을 전해줬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탄 택시의 기사는 4대강 마스터플랜에도 없는 기대도 술술 펼쳐놨다.
    “저는 물이 얼마나 늘고 홍수를 막고 그런 숫자는 몰라요. 그렇지만 강바닥에 물이 가득 차면 얼마나 멋집니까. 지금도 강변에 경비행기가 뜨고 내리기도 하는데, 이참에 외국처럼 수상비행장도 만들 수 있지 않아요?”라며 기대를 쏟아냈다.

    또 “공장 굴뚝만 연상되던 도시가, 관광레저도시가 되면 택시손님도 늘것 아녜요?” 부푼 꿈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4대강 반대하는 사람 가끔 오지만 그들이 환경 걱정해서 그러는 것 아니라는 것 알 사람은 다안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