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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움직임이 전에 없이 활발하다. 현대·기아차 임직원이나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현대·기아차에서 일고 있는 협력업체와의 ‘상생 바람’을 ‘초특급 태풍’에 비유한다. 그만큼 협력업체와의 상생바람이 전방위적으로, 밀도 있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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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이후 현대·기아차가 과감하게 추진하기 시작한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활동은 우연히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당부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차원의 움직임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룹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부 정책 화답 차원을 넘어섰다.
최근 세계 자동차시장에서의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인식도 바뀌어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 없이는 현대·기아차의 발전은 없다는 ‘상생철학’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2만 여개의 부품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산업이 협력사의 도움 없이는 꽃을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은 상식이고 현대·기아차 역시 그 동안 이 점을 등한시 한 것은 아니지만 현대·기아차 는 앞으로 벌어질 세계 거대 자동차 메이저들과의 대회전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선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수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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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와 도요타의 몰락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에 미래를 예단할 수 없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점과 현대·기아차의 상승 무드가 겹치면서 협력업체의 기술력 및 품질력을 동반하지 않고선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의 공유가 ‘상생 바람’의 강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동향을 보면 한마디로 잘 나간다. 잘 나가도 너무 잘 나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우격인 기아차가 전문디자이너들이 상찬해마지 않는 탁월한 디자인의 K5 K7 스포티지 소울 등 디자인과 성능을 겸비한 우수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이에 뒤질세라 형격인 현대차도 제네시스 에쿠우스 뉴EN소나타 뉴아반테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 된 신차를 내놓으면서 현대·기아차의 명성과 위상이 벤츠 BMW 도요타 등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당면과제는 최근의 눈부신 도약이 아니라 현대·기아차의 도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두주자나 경쟁 메이커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이미 세계 자동차 대전의 전운은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기아차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 동안 안심하고 지켜왔던 안방시장에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트로이목마를 투입하는 계획을 속속 추진하고 있는 현실이다.
당장 일본의 혼다가 자존심을 걸고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를 10월 중 국내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혼다의 시빅과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들어와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재미를 못 보았으나 인사이트는 사정이 다르다. 연비가 리터당 30㎞이 이르는 데다 가격도 3,000만원 이하로 잡고 있어 국산 자동차에 상당한 위협을 줄 것이 확실하다.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전기자동차 블루온이 성능에서 뛰어나다고 하지만 시판 시점이나 가격을 감안할 때 일본 하이브리드카의 잠식을 얼마나 저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르노닛산이나 쌍용자동차는 벌써부터 블루온의 대항마로 내놓을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닛산은 현대가 전기차를 내놓을 시기에 맞춰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 리프를 내놓겠다고 밝혔고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자동차를 통해 코란도C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함께 남아공월드컵 때 경기장의 광고판을 점령했던 마힌드라그룹은 국내시판 전 외국에서 먼저 평가를 받은 코란도C의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국내외 자동차시장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자체 기술·생산력도 중요하지만 협력업체의 기술력과 품질의 동반 발전이 필수적이란 게 현대·기아차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지난 6월 경기도 화성 롤링힐스에서 1,2차 협력업체 대표들과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체결식’을 갖고 '자동차산업 상생협의체'를 구성한 것이나 7월27일 '현대차그룹 상생협력 세미나'를 개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구체적 움직임들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차 협력사에 집중되었던 상생협력의 혜택을 2, 3차 협력업체에까지 확대해 궁극적으로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이 현대·기아차와 협력업체가 모두 윈윈하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ㆍ기아차는 ▦협력사 기술자들을 현대ㆍ기아차에 파견해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게스트엔지니어링 제도' ▦협력사들의 신기술 제안 및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은 'R&D 협력사 테크데이' 개최 ▦자동차 시트 분야 전문 학술대회 '시트 R&D 심포지엄' 개최 등 다 양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주요 원자재인 철판을 일괄 구입해 협력사에 구입가격으로 공급해주는 ‘사급제도’나 해외진출 시 협력업체 동반 제도 역시 상생전략의 일환이다.
협력업체들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자금 지원에도 앞장서 납품대금 100% 현금결제, 1,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신용대출, 2,640억원 규모의 상생보증 프로그램, 기타 네트워크론, 녹색상생금형대출, 녹색브릿지론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지급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2,3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지급조건 개선을 적극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에 부는 ‘협력업체와의 상생 바람’을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기업, 우리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