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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국사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해 까지도 국사가 고1까지 필수 과목이었는데, 이제는 중학교까지만 필수과목으로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배우고 느끼는 것은 인간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우리의 역사를 어린 학생들이 사춘기도 되기 전에만 배우고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아도 된다니 이런 발상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몰라도 역사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지도자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어 국사를 공부하지 않아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으니 역사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그의 일생 내내 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도 모르는 국민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러다가는 한국(조선)의 역사도 모르는 지도자나 과학자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나라의 역사를 모르는 세계지도자는 없으며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세계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교육을 받고 이 역사를 이용하여 자기 학문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조치가 발표된 후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석학들이 정부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치고 고등학교 교육에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국의 역사공부가 국가의 글로벌화에 지장이 된다고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결정하신 우리나라 국가지도자의 역사관이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영어와 수학 그리고 과학(물리, 화학)은 역사과목과 병행해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한문(漢文)과목도 이수(履修)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12년 동안 읽는 교과서의 양은 미국학생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말로 많은 책을 읽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전문 과목을 공부하지만 책의 수는 너무나 많아 많은 학생들이 새 책을 구입하는데 경비가 너무나 많이 들어 중고(中古)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뒤돌아 보건데 국사공부의 중요성을 무시하기 시작한 시기는 문민정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시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국사를 고1의 필수과목으로 격하(格下)하고 한국근현대사(近現代史) 과목이 신설될 때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 과목을 위한 교과서에 많은 왜곡이 있다는 지적도 최근에 발표되고 있습니다. 군사정권이었던 1960년대에도 우리나라가 유학생을 내 보낼 때 꼭 합격해야 할 과목은 영어(英語)와 국사(國史)였습니다. 국사를 모르면 외국에 나가서도 민족의 정체성(identity)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 국사를 시험과목에 넣었던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분들은 국가에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그들은 조국이 있기 때문에 자기들과 후손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국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광부들과 간호사들이 독일로 가서 피땀 흘리고 일한 것은 이들이 조국을 사랑했으며 국사를 바탕으로 하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괄목할 만한 것은 문민정부 때부터 지금까지의 대통령들은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반국가데모로 교실에서보다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부끄러운 것들만 있다고 생각해서 국사를 경시하고 많은 내용을 삭제하여 국사책이 다른 교과서에 비해 매우 얇아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의 부족한 세계관 때문에 우리나라는 하나의 말(언어)을 하면서도 여러 이름의 국가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당시 세계는 많은 발전을 하고 있을 때도 우리나라는 이것도 모르고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국가가 분열되어 외부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당파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DNA는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외부의 침략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알고 나면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하고 무엇을 해야 우리나라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과거는 현재를, 또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무시하는 세대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석학들께서 국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지적에 동감합니다. 그리고 한 언론회사의 조사팀이 최근에 전국의 만 16세 이상 남녀 113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91.2%였으니 국민의 90% 이상이 이를 찬성한 셈입니다. 이번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회 부의장께서도 고교한국사수업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고 하며 세계를 향한 교육이 되려면 우리 뿌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정부가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한참 공부할 시기인 고등학교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다시 지정하고 역사공부를 더 많이 하는 제도를 마련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