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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대학교 상과대 3학년 김모(23·여)씨는 이번 겨울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1000만원을 저축했다.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 취직해 번 돈이다. 소위 ‘풀싸롱’으로 불리는 성매매까지 하는 업소였지만, 당장 등록금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학교 규칙상 2학기 이상 휴학을 할 수 없지만, 김 씨는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벌써 1년을 쉬었던 차여서 이번에 등록금을 내지 않으면 ‘제적’ 당할 수밖에 없다는 속사정이 있었다.
김 씨는 “지난 1년간 휴학을 하면서 쓰리잡을 뛰었다. 하지만 학기당 5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남은 3학기 등록금과 생활비 약 25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고 했다.
전국 주요 대학들의 등록금 납부 기간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대학가는 ‘침통한’ 분위기다. 국공립대학과 일부 사립대는 등록금 동결에 참여시키는 등 정부도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인데다, 일부 사립대는 여기에 또다시 2~5%씩 등록금 인상을 하고 있어 대학생들은 막막한 심정이다.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 하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통한 등록금 마련하기 바쁜 대학생들의 생활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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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생도 ‘전쟁’, “첫 학기는 내주마…” 이제는 옛말
입학 첫 학기 등록금은 내주겠다는 부모들의 말도 쉽지 않는 실정이다. 지방으로 서울 사립 K대학으로 진학한 김민지(19) 양은 통장에 찍힌 부모님이 보내준 300만원을 보며 한숨을 짓는다. 김 양이 내야할 등록금과 입학금은 550만원. 다행히 기숙사 입학을 하기 때문에 자취방 보증금은 면했지만, 겨울방학 동안 나머지 250만원을 모아야 한다.
선배들이야 이런저런 인맥으로 과외라도 한다지만 김 양이 할 수 있는 일은 시급 4000원에 불과한 아르바이트가 전부다.
낮에는 편의점, 밤에는 호프집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김 양은 “부모님은 지방 국립대를 못내 원하시는 분위기였지만, 미래를 위해 무리해서 서울 사립대로 상경했다. 하지만 막상 등록금 고지를 보고 나니 후회가 밀려온다”면서 “대학 입학을 앞두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지만 나에게는 ‘사치’일 뿐이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이처럼 허리가 휠 듯한 등록금 액수에 부모들도 하나둘 손을 들면서 대학에 첫 발을 내딛지도 않은 예비 신입생들도 돈벌이에 혈안이 되고 있다.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예비 대학생 김모군(19)도 “나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애들이 꽤 된다”며 “대학 1학년 때에 논다는 얘기는 옛날 얘기”라고 했다.
◇ 학자금 대출 급증… 여차하면 사채까지
쓰리잡까지 뛰어도 등록금 모으기가 쉽지 않은 일부 대학생들은 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학자금 대출을 많이 이용하지만 사정이 딱한 이들은 ‘사채’에도 손을 대는 추세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공개한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연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 연체 건수가 2005년 3780건(105억원), 2006년 2만1984건(657억원), 2007년 4만 1455건(1266억원) 2008년 5만6456건(1759억원), 2009년 7만4133건(2394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수원 A대학교 4학년 최모(25)씨는 군 전역 이후 한 학기동안 과외를 통해 저축한 비상금이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뚝’ 떨어졌다. 남은 한 학기동안 학점도 관리해야 하고 취업 준비에도 전념해야 하는 사정이라 최 씨는 아르바이트 대신 학자금 대출을 선택했다.
최 씨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등록금 버느라 취업도 못할 처지라 울며겨자먹기로 대출을 받았다”며 “취업 이후에도 빌린 돈을 꾸준히 갚아야 한다는 사실에 슬프지만, 나만 그렇고도 아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나마 저렴한 이율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최 씨는 나은 형편이다. 방법이나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 대학생들은 제2금융권에도 기웃거린다. 연 이율이 25~50%에 이르는 대학생 대출 상품이지만 급하면 어쩔 수 없다.
지난해 7월 취업에 성공한 오모(30)씨는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결국 1000만원의 사채를 빌려 졸업을 했다”면서 “하지만 살인적인 이율에 아직까지 원금을 갚지 못해 부모님께 용돈 한 푼 못 드리는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 유흥업소로 내몰리는 여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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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김 양 외에도 등록금을 마련을 위해 유흥업소로 진출한 여대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노래방 도우미 속칭 ‘보도방’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아직은 대부분이지만, 아예 작정하고 업소에 취직해 몇 달간 목돈을 만지는 사례도 많다.
역삼동 유명 B유흥클럽 실장 박모(41)씨는 “예전에는 성형수술, 명품가방 등이나 카드빚을 갚기 위한 여대생이 많았지만, 요즘은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많은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쏟느니 차라리 짧게 일하고 학업에 열중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높아진 등록금 탓으로 단기간에 고액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은 여대생들에게는 떨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일부 업소들은 오히려 여대생들이 많이 출근하는 방학기간에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강남 신사동 H 유흥업소의 경우 아예 여대생 도우미의 학생증에 실명과 학번을 가리고 전공과 나이까지 공개하는 상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H 유흥업소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치면 1년에 최소 1500만원은 필요하지만 시급 3000~4500원 받는 아르바이트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일부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일하기 좋은 업소 정보가 나도는 등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흥업소로 몰린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