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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한모(38)씨는 얼마 전 아내에게 “도시락을 싸달라”고 말했다가 무안만 당했다. 한 씨는 나름대로 매일 점심값으로 지출되는 돈을 줄여 가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기특한(?) 마음이었지만, 오히려 아내는 “도시락 싸는게 오히려 더 비싸다. 그냥 편의점 가서 사다 먹으라”고 했다.
한 씨는 “도시락이라고 밥과 밑반찬만 쌀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 아내 말로는 계란 후라이 하나에 소시지만 볶아도 5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편의점이나 도시락 전문점을 가보니 2000~3000원 짜리 도시락도 먹을만 했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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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치솟는 물가에 용돈을 아끼기 위한 직장인의 전략 ‘도시락 점심’도 新 풍속도를 낳고 있다. 오히려 직접 싼 도시락보다 더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 런치 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GS25에 따르면 지난 7~22일 전국 GS25 5100여개 점포의 도시락 판매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무려 2배 가량(103.1%)이 증가했다.
지난달에도 전년대비 71.7%의 높은 도시락매출 증가를 기록한데 이은 가파른 상승세다. 반면 김밥과 주먹밥은 각각 7.2%, 2.2%의 매출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도시락 판매가 늘어난 이유는 음식점들의 가격인상 때문이라는게 GS25측 분석이다.
음식점 가격이 인상되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실속 있게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눈을 돌리는 셈이다.이기철 GS25 식품팀장은 “올 들어 음식점 가격이 오른 탓인지 실속 있는 편의점 도시락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질 좋고 실속 있는 도시락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트푸드도 매출이 오른 건 마찬가지. 유명 패스트푸드점 A사와 B사의 올해 1,2월 매출은 전년 대비 17%가량 증가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두자리 수의 매출 증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3000~4000원 사이의 런치세트의 판매량은 폭발적이었다.
A 패스트푸드 회사 관계자는 “고물가로 어려워진 고객들이 런치 세트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특히 사무실이 밀집한 지점은 연일 즐거운 분위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