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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한국 여성이 4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무국 정규 직원으로 채용돼 화제다.
24일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OECD 사무국에 따르면 정지은(鄭智恩.27.여) 씨는 최근 실시된 OECD '영 프로페셔널 프로그램(YPP)' 채용시험에서 OECD 교육국 직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YPP는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한 33세 이하 젊은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OECD의 신규 직원 채용 프로그램으로, 올해 12명 모집에 30여 개 국에서 4천587명이 응모했다.
숫자로만 볼 때 정씨는 382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며, 교육국(1명 모집)에 응모한 386명으로 따지면 경쟁률은 386대 1인 셈이다.
OECD 사무국은 정 씨가 한국인으로는 1999년 이후 12년 만에 채용됐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정 씨는 지난 2000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슬하를 떠나 영국으로 유학했다. 메리마운트 국제학교와 런던대학 로열 할로웨이 경제학과를 6년 만에 마친 뒤 귀국해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외교통상부와 여성가족부 인턴을 거쳐 최근까지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유네스코 사무국에서 계약직 컨설턴트(인턴)로 근무해왔다.
정 씨는 영국 유학생활에 대해 "한국 중학교에선 괜찮은 영어 실력이었지만 유학 초기에는 소통도 어렵고 공부도 많이 힘들었다"며 "그래서 고교 1학년 첫 1년간은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기숙사 불이 꺼진 뒤 샤워실에 앉아서 공부하는 등 하루 2-3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서 예습과 복습을 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정말 힘들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고 이런 노력 끝에 1년 만에 상위권으로 올라섰다"면서 고3 때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보여주는 안경처럼 발전되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으로 전교 학생회장에 당선돼 1년간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국내외 기관의 인턴을 거치면서 제3세계 교육에 관심을 갖게 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OECD 교육국에 응모했으며 이후 OECD 한국대표부 관계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를 표시한 후 "앞으로 많은 연구와 분석을 통해 OECD 회원국은 물론 제3세계 교육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국제기구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처음부터 무조건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두면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시야를 넓게 갖고 다양한 경험을 한 뒤 관심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다 보면 문이 열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 씨는 "에세이 작성 시 소주제별로 간결하게 정리한 것과 최종 인터뷰를 위해 관련 분야의 책을 모두 읽고 관련 전문가 및 동료들과도 많은 토론을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면서 "국제기구에 들어가려면 영어는 기본이고, 불어나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도 유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駐) OECD 한국대표부 허경욱 대사는 "능력 있는 한국인들이 국제기구에 많이 들어와 활약해야 한국의 좋은 정책사례와 경험들이 각국에 전파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한국의 위상도 올라간다"면서 "한국대표부는 YPP 외에 인턴십 제도 등 다양한 채용 시스템을 통해 한국의 우수 인재들이 진출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