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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운 언론의 자유와 국익 사이의 경계선은 어디쯤일까. 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보도가
30일자 일부 신문에 실렸다.
기사는 T-50 훈련기의 인도네시아 수출과 관련된 건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다음주쯤 우리나라 T-50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해올 것이라는 게 요지다.
보도의 배경을 들여다 보면 이렇다. 청와대의 한 참모가 최근 청와대 출입 일부 방송기자와 점심을 함께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참모는 무심코 T-50 수출 건을 꺼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T-50을 우선협상 기종으로 선정해 우리 정부와 T-50 제작사인 한국우주산업(KAI)에 서한으로 통보해줄 예정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참모는 기뻐서 그렇게 말했을 것으로 보인다. T-50 수출의 중요성과 그 단계까지도 얼마나 어렵게 성사되어 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랬을 법 하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말을 꺼낸 뒤 사안의 중요성을 깨닫고 비보도 해줄 것을 당시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성사직전이지 성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사전에 기사가 나가면 계약이 깨질 수도 있음을 염려한 것이다.
이에 참석한 기자들이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경제전문 채널인 MBN기자가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그에 따라 29일 오후 관련 내용을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그런 내막 자체를 몰랐던 일부 기자들도 관련 사실을 알게 됐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도 연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매체들은 현 협상단계 보도가 계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보도를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의 자유와 국익 사이의 경계선은 모호하고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지금까지의 숱한 논쟁이 그러해왔다. 이 경우도 그 사례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T-50 훈련기가 어떤 기종인가. 우리 KAI가 국책사업으로 미국 록히드 마틴사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가며 어렵사리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다. 이 기종이 나옴으로써 공군 예비조종사들은 기존 낡은 훈련기에서 벗어나 훈련 때부터 초음속으로 날아볼 수 있었다.
첫 수출을 위해서 수많은 노력들도 뒤따랐다. 지난 2009년 2월 아랍에미리트 수출건은 거의 성사될 뻔 하다가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7월 싱가포르 수주건은 가격조건 때문에 떨어졌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수출건은 중요했다. 첫 수출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인도네시아 특사단 일행을 극진히 대접한 게 엊그제 일이다.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이 나왔을 때 그 ‘충정’을 알면서도 아쉬워했던 게 이런 부분 때문이다.
그러기에 보도과정에 아쉬움이 더 남는다. 다음주에 우선협상 결정 통보가 온다고 하니 보도매체가 조금만 참아줬으면 어땠을까. 청와대가 그 취지를 합리적으로 충분히 설득했으면 어땠을까. 오히려 처음 그 얘기가 나왔을 때 청와대 전체 출입기자를 상대로 설명하고 비보도를 요청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열심히 일한 참모가 애꿎게 ‘유탄’ 맞을 일도, 언론 역시 특종 개념이 아닌 낙종하지 않기 위해서 쓰는 기사에서 벗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국익은 지켜지고 언론은 보다 충실히 기사를 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