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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인 자강도 희천 땅에 북한 최고위층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도 이틀이 멀다하고 `희천발(發)' 속보를 쏟아내고 있다.
북한 권부와 주요 매체들이 희천에서 각별한 관심을 쏟는 곳은 지난 2001년 3월 착공된 희천발전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1월, 4월, 11월, 12월 등 네 차례나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은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에 이곳에서 첫 현지지도하는 모습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조선중앙TV로 방영됐다.
또 최근 들어 김 위원장과 별도로 현지시찰에 나서는 최영림 내각 총리도 첫 방문대상으로 희천발전소를 선택해 현장에서 관계부문 일꾼협의회를 열어 공사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의 우선 보장을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발전소 건설 공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제적 성과를 신속히 이끌어내기 위해 주민을 동원한다는 의미의 '희천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작년 9월 이 발전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군인 건설자들의 공사 속도가 "선군정치의 기초인 혁명적 군인정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천리마속도, 희천속도"라고 말하고 나서 이 새로운 단어가 북녘 땅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올해 1월 논설에서 "희천속도는 오늘의 대고조(경제건설에서 기세가 높아진 상태) 시대를 추동하는 위대한 사회주의 건설속도"라고 강조했다.
1950년대 천리마운동에서 시작된 '천리마 속도', 연간 생산량 6만t인 강선제강소가 고(故)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생산량을 12만t으로 배가량 늘렸다는 '강선속도' 등 속도전의 대명사를 희천발전소가 이어받은 셈이다.
이처럼 북한이 희천발전소 건설에 매달리는 데는 일단 북한으로서는 작지않은 이 발전소의 전력생산 규모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청천강 상류에 있는 희천발전소는 강의 흐름을 변경해 높은 낙차로 전력을 생산하는 유역변경식 발전소로, 발전용량이 30만㎾에 달한다. 남한의 수력발전소들과 비교하면 40만㎾의 충주발전소와 20만㎾의 소양강발전소의 중간 규모에 해당하는 대규모 발전소다.
조선중앙방송은 2009년 3월 희천발전소에 대해 "최근 20여년간 건설된 발전소 가운데 규모와 공사량에서 가장 방대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특히 자강도 희천과 강계 등에 군수공장이 몰려있다는 점에서 희천발전소가 완공되면 이들 공장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북한 당국은 기대한다.
더욱이 이들 군수공장은 군수물자뿐 아니라 북한 내에서 비교적 질 좋은 민수용품도 생산한다는 점에서 북한 경제에도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보면 북한 지도부의 이 같은 `지극정성'은 희천발전소가 북한이 내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9년 3월 이 발전소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강성대국 건설 목표 해인 2012년까지 무조건 완공하라"고 지시했다.
2012년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로서는 희천발전소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완공해야만 '강성대국 건설'을 상징하는 결과물을 주민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희천발전소 완공을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해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2001년 착공했지만 공사는 2008년 군인건설자들이 투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2009년 1월 후계자에 내정된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상징인 희천발전소를 새 기술로 건설함으로써 북한사회에 미래에 대한 낙관을 제공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 같다"며 "CNC(컴퓨터수치제어)와 함께 김정은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선전해 나갈 것"이라고 점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