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를 대표하는 광고사간 자존심 싸움언론·광고-재계는 1·2위 역전 여부에 관심
  • 우리나라 전체 광고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회사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광고업계 '지존'은 누구?


    광고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전쟁'이 치열하다. 제일 기획은 삼성 계열사, 이노션은 현대차 그룹의 '마케팅 선봉장'. 따라서 이 '전투'는 두 그룹 사이의 자존심 대결로도 비춰지고 있다.

    제일기획에는 삼성가 둘째 딸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이, 이노션엔 현대가 맏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포진하고있다. 그러다 보니 두 회사 간 기싸움은 재계 1ㆍ2위 그룹 간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의 발단은 그동안 광고계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제일기획이 지난 16일 광고단체연합회에 제출하는 매출 관련 자료를 '취급액'에서 '매출액(세전 수익)'으로 변경해 제출하면서 비롯됐다. 취급액은 광고업체가 광고주로부터 받는 수수료에 광고주가 광고매체에 지급하는 금액을 더한 것으로 광고업체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었다.

    제일기획은 그동안의 관행 대신 매출액을 제출했다. 이노션은 관행대로 취급고를 기준으로 한 자료를 내놓았다. 두 업체의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제일기획이 이노션을 의식해 공개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제일기획 측은 "광고 취급액 규모가 아니라 광고회사 자체의 경영 실적을 보여주는 매출을 공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광고 취급액은 광고사가 클라이언트를 위해 매체별 광고시간 또는 지면 구입에 지불한 요금, 광고 제작비, 기타 서비스 요금 등을 말하는데 이 금액은 얼마든지 부풀려질 수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이노션은 "1위가 바뀌었기 때문에 광고 취급액을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대대적으로 반박했다.

    그러자 제일기획은 무슨 소리냐며 광고 취급액을 공개했다.

    "우리 총 광고 취급액은 2조 9199억원으로 이노션과는 2000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취급액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글로벌 기업이자 업계 맏형으로 선도적으로 글로벌 기준을 따른 것일 뿐이다"


    이노션의 '폭풍성장'에 제일기획 긴장했나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 취급액은 제일기획 2조9199억원, 이노션 2조6985억원으로, 양사 간 격차는 2009년(477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제일기획은 전년보다 32.6%, 이노션은 56.4% 각각 성장했다.

    지난 30일 이노션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201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매출액이 2,878억원으로 전년도의 1698억원에 비해 69.5%가 증가했다. 당기 순이익도 2.3배나 늘었다.

    이노션은 2005년 설립 이후부터 매년 50% 이상의 '폭풍성장세'를 보이며 설립 3년만인 2008년부터 국내 2위 광고 회사 자리를 차지했다. 2009년에는 전년 대비 105%라는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노션의 가파른 성장 이유는 모기업인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성장과 신차 러쉬에 힘입어 현대·기아차 판매가 세계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노션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글로비스, HMC투자증권 등 현대차그룹 42개 모든 계열사의 국내외 광고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때문에 계열사에서 얻어지는 광고 수주액이 비계열 광고 수주액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공식 스폰서를 맡은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다수 포진했던 것도 이노션 해외광고 취급액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가 고문을 맡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은 정 고문의 '뜻'대로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정성이 고문은 해외 모터쇼를 빠짐없이 다니며 마케팅과 광고를 직접 챙기는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현대차 그룹에 비해 광고비를 적게 쓰고 있는 삼성그룹은 이 같은 이노션의 성장에 '긴장'하는 모습을 은연 중 보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광고업계와 광고전문지 등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연간 방송광고비로만 1,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단일기업으로는 수위권인 연간 600억 원 가량을 방송광고비로 지출한다. 이 같은 광고비의 양적 차이는 두 회사의 매출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3D TV 등 경쟁 심화에 따라 올해 대량의 마케팅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보여져, 이노션의 추월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제일기획의 수성 노력이 어떻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재계 1, 2위를 다투는 두 그룹 대표 광고회사간에 업계 1위를 둔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게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