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일산 킨텍스에서 ‘2011 서울모터쇼’가 열렸다. 사상최대규모라는 모터쇼에는 차와 레이싱걸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관람객에게 모터쇼에 출품된 ‘수퍼카’들은 ‘눈요기감’이다. 관람객들은 이를 보면서 ‘대체 이런 차를 누가 탈까’ 생각한다.
‘진짜 수퍼카’는 국내에 거의 없어
‘수퍼카’라고 하면 보통 ‘보기 드문 스포츠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300km/h를 쉽게 넘나드는 성능에 500마력 이상의 출력 때문에 아무나 조종할 수 없는, 그런 차를 상상한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웬만한 고급 브랜드는 출력이 400~500마력을 넘고, ECU를 통한 속도제한을 해제하면 300km/h까지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
그렇다면 대체 어떤 차를 수퍼카라 불러야 할까. 단순하게 압축한다면 ‘달리기만을 위해 만든 차 중에서도 F1 이상의 성능을 내는 고성능 차’라고 하면 될 듯 하다. 여기에 포함되는 수퍼카 브랜드로는 이탈리아의 파가니, 람보르기니, 페라리, 마세라티, 프랑스의 부가티, 스웨덴의 코닉세그,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 전문 튜닝업체인 AMG, 포르쉐 전문 튜닝업체인 겜발라와 루프, 영국의 맥라렌과 벤틀리, 애스턴마틴, 미국의 SSC(쉘비 슈퍼카)와 살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판매 중인 차로는 파가니 존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엔조 페라리, FXX 에볼루치오네, 마세라티 MC-12, 부가티 베이론, 코닉세그 CCR, 맥라렌 MP4-12C, 애스턴마틴 One-77, SSC 얼티메이트에어로, 살린 S7, 포르쉐 GT3, 918RSR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차들은 국내에서 거의 볼 수 없다. 대부분 한정 생산된 차들이라 국내에는 배정조차 잘 안 되는데다 최저지상고가 국내규정(12cm)보다 낮은 차도 많아 수입자체가 어렵다. 또한 국내 도로사정을 감안하면 승차감도 매우 불편하다. 이런 탓인지 국내에서 수퍼카라고 불리는 차들은 ‘수퍼카’ 제조업체들이 생산한 ‘스포츠카’가 대부분이다. 이 중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컨티넨탈 GT, 애스턴마틴 뱅퀴시 S의 주 고객층과 실제 유지비를 알아 봤다.
-
가격은 2~4억 원대, 주 고객은 4~60대
사람들은 이런 ‘수퍼카’를 보며 ‘저런 차는 연간 유지비가 수천만 원이 들테니 재벌 2세들이나 타겠지’라고 상상을 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수퍼카’의 오너들은 주로 40대 이상의 ‘성공한 사업가’나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들이며 연간 유지비는 생각만큼 들어가지 않는다고 업체 측에서는 말한다.
실제 ‘수퍼카’ 구매자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주로 40대 이상이며 종종 70대 도 있다고 한다. 고객의 90% 이상이 ‘자수성가’한 사람이란다. 여성 비율은 10%가 안 된다.
-
람보르기니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동차 매니아다. 이 분들은 ‘청춘을 바치면서 성공한 자신에게 뒤늦은 선물로 준다’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수퍼카’를 사주는 경우도 못 봤다고. 그는 “한 번은 어떤 고객이 20대 후반인 아들과 함께 오셨길래 아들에게 ‘저 차 타봤냐’고 물었더니 ‘차 열쇠를 금고에 넣어놓고선 만지지도 못하게 하신다. 한 번은 차에 손을 댔더니 네가 직접 벌어서 타라며 화를 내시더라’며 혀를 내두르는 걸 봤다”며 “람보르기니를 ‘철없는 재벌 2세, 20대가 탄다’는 건 영화에서나 나올 뿐 다 헛소문”이라고 말했다.
벤틀리 홍보담당자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저희 고객들은 보통 40~50대고 가끔 30대 후반 정도 되는 고객도 있다”며 “대부분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이 차를 고르지, 철없는 사람들이 만만하게 탈한 차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주요 고객들의 거주지는 두 브랜드가 조금 달랐다. 벤틀리는 주 고객이 강남, 분당과 강북 지역에 골고루 퍼져 있었던 반면 람보르기니는 전통적인 부촌인 한남동과 성북동 때문에 강북 지역 고객이 더 많다고 전했다. 애스턴마틴 또한 DB9 볼란테와 뱅퀴시 S를 한남동 일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
이런 설명을 듣고선 ‘시내에서 종종 20대들이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난폭 운전하는 걸 보는데 그건 어떻게 된 일인가’ 묻자 람보르기니, 벤틀리 관계자들은 웃으며, “우리가 아는 고객들 중에서는 그런 ‘유치한 고객’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이 차들의 유지비는 어느 정도일까.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50의 신차 가격은 2억9,000만 원,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포트의 가격은 3억 원 내외다. 애스턴마틴 뱅퀴시 S는 국내에 공식딜러가 없다. 직수입할 경우 신차는 4억 원 이상이다. 수입차 중고시장인 서울 양재동 오토갤러리의 한 딜러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애스턴마틴 뱅퀴시 S의 경우 5년 정도 된 차량인데 가격은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 사이”라며 “생각보다 그렇게 높은 가격은 아니다”고 전했다.
자차포함 보험료는 5~600만 원, 연비는 5~7km/l
한편 ‘수퍼카’는 가격이 이렇다 보니 ‘자차를 포함한 보험료가 3~4,000만 원 이상’이라는 소문이 많다. 하지만 보험업계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 실제 구매자 연령대(35세 이상, 1인 한정)로 직접 보험료를 산출해본 결과 자차를 포함해 500~700만 원 대의 보험료가 산출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스포츠카다 보니 기본요율에 비해 30%가 가산되는 건 있지만 그래도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
실제 주행 시의 유지비는 어느 정도일까. 람보르기니 관계자는 “이런 차들은 ‘세컨카’나 ‘써드카’로 주말이나 휴가 때만 사용하는 분이 많기 때문에 연간 주행거리가 짧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엔진 출력이 워낙 좋아 일반도로는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무리해서 달릴 필요도 없고, 급가속, 급제동만 하지 않는다면 시내 연비는 6km/l 내외, 고속도로에서는 더 좋은 연비를 보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벤틀리 홍보 담당자나 애스턴마틴을 판매 중인 사람들도 “매일 탄다면 잘 모르겠지만 주행 때 연료 소모량은 국산 대형세단보다 조금 더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대신 보통 차종에 비해 돈이 더 들어가는 부분은 정기적인 정비와 꾸준한 소모품 관리다.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애스턴마틴의 경우 소모품과 정기적인 정비가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이때 들어가는 부품과 공임이 일반적인 수입차의 몇 배에 달한다는 것.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관계자는 “하지만 고급 수입세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만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세금도 이런 차들은 배기량이 5,000cc가 넘는 탓에 연간 300만 원 선이다.
어떤가. 이런 ‘사실’을 보면 ‘수퍼카’를 봤을 때 ‘부모 잘 만나서 타는 차’라는 생각이 드는가. 오히려 ‘나도 꼭 성공해 나 자신에게 저런 선물을 줘야겠다’고 다짐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