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기업 맞수 삼성과 LG의 엇갈린 운명.
  • ▲ LG화학 전기차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차 6일 충북 오창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영접나온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LG화학 전기차배터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차 6일 충북 오창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영접나온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굴지의 그룹이자 맞수인 삼성과 LG가 며칠 어간으로 이명박 정부와 엇갈린 운명을 맞아 주목을 받고 있다.

    LG그룹의 대표적인 신수종 사업을 이끌고 있는 LG화학은 6일 이명박 대통령을 ‘모시고’ 충북 오창에서 전기차 배터리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하고 구본무 그룹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둘러봤다.

    반면 이날 언론에 비친 삼성그룹은 LG그룹과는 대조적이다.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국세청의 삼성그룹 계열사 일부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을 전했다. 지난 4일부터 국세청이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에 대한 세무조사에 동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그룹으로서 삼성과 LG는 산업 곳곳에서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여왔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3D TV’ 기술을 놓고 벌인 날 선 공방이다. 양측은 기술력을 놓고 극한까지 가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소송직전에서야 서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그런 마당에 삼성은 하루에 계열사 2곳이 세무조사를 받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았고 LG는 '기쁜' 공장 준공식에 대통령을 ‘모시는’ 겹경사를 맞게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 세무조사의 경우 기간이 105일로 통보됐다. 통상적인 조사 기간인 2개월보다 훨씬 길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2국에서 세무조사를 맡은 호텔신라의 대표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씨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재계는 이번 삼성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낙제는 면했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 당시 발언 여파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6일 LG화학 오창 공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쯤. 이 대통령은 영접 나온 구 회장에게 “축하합니다”라며 악수를 건넸다. 방명록에는 “LG가 세계 녹색기술의 중심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준공식 축사에서 모두 9번에 걸쳐 LG화학을 언급했다.

    특히 LG화학이 동반성장을 선도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중소협력회사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상생경영에 앞장서 온 LG화학이 앞으로도 계속 동반성장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격려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떠올 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LG화학은 또 전기차 배터리를 이명박정부의 핵심 브랜드인 녹색성장과 연계시키는 노련한 면모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참석한 환담장 벽면에 ‘녹색성장의 꿈 LG가 먼저 이루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보고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에게 “녹색성장의 꿈이라고 한다. 21세기 갈 길이니까…”라고 말했다.
     
    6일 하루 벌어진 일만 놓고 본다면 삼성은 입맛이 씁쓸하고 LG는 달콤하기 그지 없을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