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들의 反국민 정치 

                                                    양   동   안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입만 열면 자기들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국회의원들의 흰소리를 그대로 믿는 바보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국회의원들은 일차적으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해야 그것을 발판으로 해서 더 큰 감투, 더 큰 명예, 더 많은 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내심으로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을 정치의 제일 목적으로 삼고 있다 하드라도, 그들은 자기들이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책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직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정치한다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전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노력의 하나는 국민의 세금을 아끼는 것이다. 가능한 한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적게 징수하려 하고, 징수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감독하는 일이다. 이 점은 근대 의회민주정치의 시발이 바로 왕의 전횡으로부터 국민의 세금을 지키려는 노력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을 아끼는 것이 국회의원들에게 있어서 이처럼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세금을 턱없이 낭비하려는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행정부 분산배치로 인한 국민세금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세종시 건설계획을 수정하자는 행정부의 수정안을 걷어찼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국민으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야 가능한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영남권 출신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지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 낭비를 줄이고 영남지역 내 지역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백지화하자 이명박 대통령을 욕해대면서 차기 총선 및 대선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을 한나라당의 선거공약으로 내걸 것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비지니스 벨트를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 중인 충청 전남 경북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과학-비지니스 벨트 건설 예산을 3배로 늘려서 3개 지역에 과학-비지니스 벨트를 하나씩 배치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이처럼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조치들을 취하면서, 그것도 모자라서 자기들의 세비를 인상했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국회의원의 세비를 인상해서 국민의 세금을 추가로 낭비한 것이다. ‘세금징수란 국가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사기극’이라는 미국의 자유지상주의자 머레이 로드버드의 말을 생각나게 하는 국회의원들의 처신이다.

     위에 열거한 국회의원들의 행동은 모두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자거나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람들은 지금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하거나 저소득층의 인기에 영합하여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국민의 세금을 지키는 것이 국회의원의 본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그러한 활동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국민, 특히 세금 내는 국민들을 배반하는 反국민적인 것이다. 이 나라 국민, 특히 세금 내는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의 反국민 정치 작풍에 분노하면서도 정당 선택의 다양성 결여로 인해 국회의원들의 당·락에 그 분노를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反국민적 정치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분노한 국민들이 납세거부운동을 전개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