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막힌 상황에서도 2362명 인사 단행 … 키워드는 '현장·실리'첫날 한 차례 출근 시도 후 방향 전환 … 대치 대신 외부 사무실'총액인건비' 열쇠는 금융위·기재부에 … '장외 경영' 장기화 가능성
-
- ▲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 ⓒ연합뉴스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의 집무실은 을지로 본점이 아닌 '장외'에 있지만, 그의 인사 명령은 은행 구석구석을 향했다.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역대 최다 여성 임원'과 '현장 우대'라는 파격을 선보인 장 행장의 행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내부 출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련한 실리 경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28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장 행장은 전날 신임 부행장 2명을 포함해 총 2362명이 승진·이동하는 상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장 행장이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인해 본점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전격적인 조치다.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현장'과 '실리'다. 정책금융 성과가 우수한 영업점장 4명을 본부장으로 발탁하고, 역대 최다인 4명의 여성 부행장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장기 미승진자와 육아 휴직자에 대한 배려를 인사 원칙에 담았다.이는 외부 출신 행장이었다면 파악하기 어려웠을 조직 내부의 세밀한 요소들을, 35년 '기은맨'인 장 행장이 짚어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출근 저지 논란으로 조직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혼선을 키우지 않고 최소한의 안정판은 깔아둔 셈이라는 해석이다.인사 내용뿐 아니라, 노조의 출근 저지에 대응하는 방식 자체도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지난 2020년 외부 출신인 윤종원 전 행장은 취임 초기 몇 차례 본점 정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며 노조와 팽팽한 대치 국면을 연출했다. 당시 윤 전 행장의 행보는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자신이 임명권자로부터 부여받은 정당한 수장임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컸다.반면, 장민영 행장은 첫날 단 한 차례의 시도 이후 불필요한 현장 대치를 과감히 생략했다. 이는 35년 '기은맨'으로서 이미 조직 내 정당성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카메라 앞에서의 실랑이보다는 외부 사무실에서 결재 서류를 검토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 생리를 아는 행장이 실무를 챙기고 있다”는 인식으로 읽힌다는 평가도 나온다.또 내부 출신으로서 노조원들을 '진압 대상'이 아닌 '보듬어야 할 후배'로 대우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해결책(금융위·재경부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다만 장 행장이 가져올 수 있는 해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총액인건비 제도라는 구조적 문제는 은행 내부 의사결정만으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득과 소통의 창구 역할까지는 행장의 몫이지만, 열쇠는 결국 금융위와 재경부가 쥐고 있다.장 행장의 역할이 제한적인데 반해 노조의 입장은 완강하다. 기업은행 본점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난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은 상장사로서 시장의 통제를 받고 수익을 내어 정부에 배당하는 구조임에도, 350여 개 공공기관과 동일한 획일적 규제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성토했다. 실제 기업은행은 목표치를 120~130% 초과 달성하며 이익을 내고도, 인건비 한도에 묶여 법정 시간외 수당조차 주지 못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임금 체불' 판단을 받은 상태다.류 위원장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장 행장의 ‘장외 경영’은 단기간에 끝나기보다는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태의 본질이 제도 문제인 이상 은행장 개인의 결단만으로 출근 저지 국면을 풀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