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죄 취지로 CEO 리스크 8년 만에 종결미뤄졌던 투자·신사업 판단 재개법적 부담 끝, 이제는 실적으로 증명할 차례생산적금융, 주주정책 통해 신뢰 회복 집중
  • ▲ 함영주 회장. ⓒ하나금융
    ▲ 함영주 회장. ⓒ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8년 동안 이어져 온 사법리스크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로 법정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그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하나금융의 경영 시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법 판단을 전제로 미뤄왔던 전략과 투자의 시간이 이제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함 회장의 기존 항소심 판단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부분은 벌금형이 유지됐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금고 이상 형'에는 해당하지 않아 회장직 수행에는 사실상 법적 제약이 사라졌다.

    이번 판결로 함 회장은 2015~2016년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부터 이어져 온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2018년 기소 이후 1심 무죄, 2심 유죄, 그리고 대법원 파기환송에 이르기까지 8년에 가까운 법정 공방은 하나금융의 전략적 판단을 지속적으로 제약해왔다. 함 회장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대규모 투자·조직 개편·신사업 추진 전반에서 '혹시 모를 공백'을 전제로 한 보수적 경영이 불가피했던 배경이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벌 사업 강화, 디지털·블록체인 기반 신사업 등 굵직한 과제들을 검토하면서도 속도 조절을 택해왔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참여,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M&A) 검토 역시 최고경영자 리스크라는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가 걸려 있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때문에 이번 판결의 의미는 단순히 개인의 법적 부담 해소를 넘어선다. 파기환송심 절차가 남아 있지만, 대법원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를 명확히 한 만큼 최종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벌금형이 확정됐지만, 이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법 족쇄가 풀리면서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결정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영 전략의 선택지가 넓어졌고, 장기 과제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을 더 이상 미룰 명분도 사라졌다. 그동안은 모든 전략 회의에 '혹시 모를 변수'가 따라붙었다면, 이제는 숫자와 시장 논리로만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물론 과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내부통제 강화는 여전히 금융권 전반의 민감한 이슈다. 함 회장 역시 이번 판결 이후 '겸손한 경영'과 '신뢰 회복'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사회적 시선과 내부 통제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생산적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더욱 증대하는 등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