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는 기업으로 쏠려..내수진작 시급 "대외의존도 높아 '절름발이 성장'우려"
  • 우리나라 수출이 처음으로 민간소비를 앞질렀다.

    1960년대 무역입국 경제전략을 수립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50여년 만에 수출이 민간소비보다 더 많은 경제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최근 개인보다 기업에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등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사이에서 국민이 느끼는 괴리감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출이 민간소비 첫 추월..2조원 상회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계정상 올해 1분기(1~3월)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은 계절조정 실질 기준 139조2천163억원으로 가계의 민간소비(137조886억원)를 앞질렀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52.2%로 절반을 넘었다.

    수출이 민간소비보다 많아진 것은 한은이 국민계정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국민계정상 GDP를 구성하는 항목 중 꼴찌였던 수출이 정부지출과 투자를 차례로 앞선데 이어 이제는 민간소비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이는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수출이 급증세를 이어온 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이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1970년 1분기 6천286억원이던 수출은 1972년 2분기(1조630억원) 1조원을, '3저 호황기'였던 1986년 3분기(10조227억원) 10조원을 돌파했다. 1988년 1분기에는 수출(13조331억원)이 정부지출(12조9천755억원)을 앞섰다.

    새 천년을 맞이한 2000년 1분기(50조6천729억원) 50조원을 돌파하더니 같은 해 3분기(55조7천449억원) 투자(54조2천720억원)마저 추월했다. 2007년 1분기(102조3천217억원)에는 분기 수출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1970년 1분기와 비교해 수출이 41년 새 220배 증가한 것이다.

    반면 민간소비는 1970년 1분기 12조5천566억원에서 같은 기간 10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출 늘어도 내수는 부진..외화내빈 우려
    수출 주도형 성장이 경제의 파이를 키워 국민의 소득과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내수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절름발이 성장'이라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내수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가 지나치게 무역에 의존하는 구조로 변모할 경우 대외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경제가 요동치는 불안정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수출 호황과는 대조적으로 민간소비로 대표되는 내수가 주춤해 우려를 키운다. 정부도 내수 증가율이 예상보다 낮다고 판단해 따로 내수 진작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단기간에 내수에 큰 활기를 불어넣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성장의 과실이 개인보다는 기업에 돌아가고 있어 개인이 소비로 쓸 만한 소득이 그리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근로자에게 나눠주기보다는 내부 잉여로 쌓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일례로 국민처분가능소득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4.1%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3.8%로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81.4%에서 지난해 사상 최저치인 63.2%로 18.2%포인트 감소했다.

    요소소득 중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더라도 지난해 59.2%로 전년 60.9%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1974년 1.8%포인트 하락한 이후 36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경제동향연구팀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근로자의 교섭력이 약화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고용사정이 개선되면 분배율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득이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것도 소비 진작에는 큰 부담이다. 민간소비와 함께 내수의 구성요소인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으면서 내수를 진작할 각종 제도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조세제도를 활용한 이전지출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 선진화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하 팀장은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개방경제가 성장을 계속하려면 수출을 포기할 수 없다"며 "다만 내수 진작도 병행돼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배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