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이 업종별 `쏠림현상'이 빚어지는 대출관행을 뜯어고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폭탄돌리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대출심사에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8개 은행, 2개 신용평가사로 구성된 `여신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기업금융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농협, 기업, 산업 등 TF에 참여한 8개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4월 말 474조8천억원이다.

    4월부터 가동된 TF는 기업대출에서 특정 호황 업종에 대출이 집중됐다가 불황이 되면 대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일례로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은 은행 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4분기 7.5%에서 2008년 3분기 10.4%까지 확대됐다가 올해 1분기 6.7%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 음식·숙박업 등 한국표준산업분류상 21개 업종별 대출관행을 개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일부 은행이 업종별 대출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같은 모범 사례를 다른 은행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별 위험도와 기업 신용도에 따른 대출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짜는 방안도 포함됐다.

    PF 사업의 자금 조달원으로 쓰이는 ABCP를 비롯해 회사채와 일반 기업어음 등 시장성 부채를 많이 발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헌인마을 PF 사업'에서 보듯 무차별적으로 발행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려나간 ABCP가 PF 사업장 정리와 기업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TF 관계자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시장성 부채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해당 기업의 대출심사에 활용토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부실 계열사 `꼬리 자르기' 논란으로 부각됐다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대출 관행도 달라진다.

    은행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기업 계열이라는 점을 대출심사 점수를 매길 때 전면 배제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유력 기업의 계열사임을 내세워 유리한 조건으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실제 재무상태와 신용위험 위주로 따지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크게 3개 부문으로 마련된 개선책은 다음 달 초 18개 국내 은행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세미나에서 구체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TF 관계자는 "새로운 규제를 가하거나 모범규준을 만들기보단 업계 자율로 기업에 대한 대출관행을 선진화하자는 데 공감대가 생겼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