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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훼방으로 특허가 사장될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취득한 기술특허를 국가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도담시스템즈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지능형 전투로봇 관련 특허 7건을 국가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했다.
2000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분사한 도담시스템즈는 2002년 10월 `유무선 원격제어에 의한 자동관측 및 사격장치`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당시 95억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 도담 임직원들은 사재를 털었다.
이후 도담시스템즈는 이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모델의 군사용 경계로봇을 국내외 고객들에게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있었던 한 수주전에서는 미국 대형 방산기업과의 경쟁입찰에서 이기기도 했다. UAE는 지금도 도담의 전투로봇을 자국 공군기지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테크윈이 도담의 특허와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삼성테크윈은 2003년 정부과제인 `지능형 감시경계로봇 개발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일부 자금을 지원받으며 제품을 개발해왔다. 사업자 선정 당시 삼성테크윈은 도담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도담이 특허권과 관련 너무 많은 권한을 요구한다고 판단해 독자개발을 추진했다.
사업을 진행하며 삼성테크윈은 도담의 특허와 충돌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능형 감시로봇 관련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도담의 특허가 기존에 개발된 특허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우리의 판단으로 도담의 특허는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등록됐거나 공개된 특허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도담이 특허를 이유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담 측은 삼성테크윈이 지능형 감시로봇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방해할 의도는 애초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도담 관계자는 "비록 특허는 우리에게 있지만 경쟁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 여겼으며 발목을 잡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의 지금과 같은 대응은 대기업의 지위를 이용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누르고 업계를 독점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대기업과의 특허 시비에서 중소기업은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도담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 바로 특허 기부.
도담 측은 "시장을 독점하고자 하는 대기업의 탐욕에 맞설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라며 "하지만 민간기업의 특허 기부가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 측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