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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이연수기자]칸 라이언즈의 그랑프리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았다.
20년전 한국 광고대행사들이 칸국제광고제에 처음 참가한 이래 레드카펫은 선진국들의 무대였다.
영국, 미국에 이어 10년 전부터 브라질이 상을 싹쓸이 하더니 수년전부터는 태국 광고가 심심치 않게 수상작 리스트에 올랐다. 한국은 1년에 겨우 한 편 정도 은상이나 동상을 받으면 그것으로 감지덕지.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이라고 변명하자니 태국이나 일본의 수상 성과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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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은 크리에이티브 출신으로는 처음 대표이사직에 오른 김낙회 사장 체제를 맞아 글로벌시대에 맞게 몸을 만들고 무기를 갈기 시작했다. 제일기획에선 팀장 부장이라 부르지 않고 '프로'라고 부른다. 크리에이티비티의 프로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광고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크리에이티비티를 평가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행사들은 저조한 수상 실적의 원인을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한 광고주들의 이해 부족 탓으로 돌리곤 했다.
제일기획은 수상팀에게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함으로써 '프로'들의 '전투의지'를 북돋웠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기간에는 국내외 모든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칸으로 불러 현지의 트렌드를 꼼꼼히 공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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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는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서 제일기획의 이름을 걸고 글로벌 세미나를 주관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22일 오전 칸 팔레 데 페스티발 극장에서 '스마트TV'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칸 라이언즈 심사위원을 맡는 저력을 보였던 제일기획은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스파이크스 아시아에도 대거 참관단을 보내 작품 경쟁을 하고 세미나와 워크샵에 참여한다.
제일기획은 이제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받음으로써 세계적인 네트워크 대행사로 발돋움할 기회를 맞았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올해부터 '칸국제광고제'라는 이름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라고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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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커머스와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이 기존의 미디어와 광고의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광고'(Advertising)라는 이름은 이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발한 미디어 활용 능력이다.
제일기획이 그랑프리를 받은 미디어 부문이야말로 광고 및 홍보의 미디어 운용을 평가하는 칸 라이언즈의 핵심 부문 중 하나. 단순 옥외광고의 디자인이나 카피의 완성도 같은 전통적 광고의 요소로 평가받은 게 아니라 상품 판매로 직결 시키는 마케팅 기법과 새로운 마켓을 여는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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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마트폰, 온라인 쇼핑 등 새로운 매체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통합적인 크리에이티비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칸국제광고제도 탄생 58년 만에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새롭게 정의해야만 했다.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 테리 새비지 회장(Terry Savage)은 대회 명칭 변경에 대해 "크리에이티비티야말로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을 잇는 유일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모든 단계에서 크리에이티비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이 크리에이티브들이 할 일이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이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받은 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