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통운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CJ그룹이 선정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통운 주식매각 주체인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통운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 CJ제일제당-CJ GLS 컨소시엄의 본입찰제안서를 평가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본입찰을 나흘 앞둔 지난 23일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대세는 포스코 쪽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CJ가 과감하게 `베팅'을 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포스코는 주당 19만원을 써냈으나 CJ는 주당 20만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마감일인 27일 종가가 13만5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셈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에서 비가격적 요소는 100점 만점에 25점인 반면 가격은 75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보유한 총 37.6%의 지분과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을 포함한 총 45%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고려하면 인수대금은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마련을 위해 CJ GLS는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최대주주인 CJ주식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CJ는 앞으로 한달 가량 정밀실사를 통해 가격을 깎을 요소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매각 주간사들은 CJ와 가격 조정을 거쳐 늦어도 9월초까지 모든 절차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을 접한 CJ 관계자는 "기쁘게 생각한다"며 "대한통운을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물류 계열사인 CJ GLS와 대한통운을 합쳐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7대 물류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CJ가 넘어야할 산이 많다.

    CJ가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될 경우 남은 과제는 두 가지. 하나는 안정적인 인수대금 조달문제, 또 하나는 인수 후 통합 문제다.

    인수 자금에 대해 CJ측은 큰 걱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대금의 경우 은행권에서 받은 투자확약서(LOC) 금액이 6,000억원과 CJ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5.5%도 시가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CJ가 보유한 현금 및 유동성 자산 5,400억원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지분 500만주를 팔면서 번 돈 등 각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만 1조6,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그룹 전체의 작년 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만 1조5,000억원 정도다. 최악의 경우엔 이재현 회장의 사재 출연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자금문제 보다는 대한통운 임직원의 순탄한 통합작업이다. 대한통운 노조는 포스코에 인수되기를 희망하면서 CJ에 인수될 경우 강경투쟁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CJ GLS와 대한통운 사업부문이 겹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우려해왔다. 그동안 대한통운 직원들과 노조가 기존 사업영역에서 중복 없는 포스코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길 기대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CJ는 이같은 문제 또한 무난히 해결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달래고자 이번 제안서에 대한통운 임직원 모두에 대해 5년간의 고용보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통운의 노조와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원만히 처리하느냐에 충분한 고민을 해야 대한통운 인수 후 성공적인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CJ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뒤 기존 사업장과 같은 노조 무력화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큰 노사분규 없이 운영되던 대한통운의 파행은 물론 화물연대와의 연합을 통한 제 2의 물류대란도 점쳐지고 있다.

    CJ는 향후 그룹의 성장동력을 통합물류 서비스에서 찾으려 하는 만큼 대한통운을 더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런 전망을 가지고 대한통운 임직원들을 하나둘씩 설득해 나간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