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무차별 발행한 후순위채권의 상환 만기가 올 하반기에 몰린데다 다음 달부터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온다. 여기다 저축은행들이 자산관리공사(KAMCO)에 매각한 PF 부실채권의 충당금 부담도 예상보다 커져 저축은행 업계에는 ‘쓰나미’가 몰아칠 전망이다.
3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2012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후순위채 2,014억 원 가운데 올해 하반기 만기인 후순위채는 7개 저축은행 1,024억 원(50.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년 상반기 만기인 후순위채는 6개 저축은행에 690억 원, 내년 하반기 만기 후순위채는 2개 저축은행에 30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보통 5년 만기로 발행되는 후순위채는 자기자본이 부족한 저축은행이 투자자 돈을 끌어들여 자금을 충당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다만 자본으로 인정받는 비율이 매년 20%씩 깎이는 데다 만기 때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지는 게 증자와는 다르다.
한편 금융당국은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의 재발행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놔 저축은행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 저축은행들의 BIS 비율 하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자는 "매년 20%씩 자본인정 비율이 줄어든 만큼 후순위채 만기가 돌아와도 BIS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며 "자본을 확충할 여력이 부족한 곳은 경영간섭을 감수하고 금융안정기금을 신청하면 된다"고 답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돌아오는 정기예금 만기도 저축은행들에게는 걱정이다.
NICE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저축은행(계열 저축은행 3곳 포함)의 정기예금 22조 원 가운데 약 9조원(41%)의 만기가 다음 달부터 내년 2월 사이에 몰려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약정 이율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예금자들이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다음 달부터 만기예금을 대거 인출하면 유동성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저축은행 부실을 불러온 PF 부실채권 충당금 부담도 당초 예상보다 커져 ‘설상가상’‘이다.
구조조정기금으로 매입한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은 약 6조 원 규모다. 금융당국은 KAMCO가 구조조정기금으로 매입한 PF 부실채권의 대손충당금 적립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분기별 충당금 적립부담을 11분의 1에서 19분의 1로 줄여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당국이 2014년 말까지인 구조조정기금의 시한을 아직 연장시키지 못해 매 분기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 당초 계획보다 많아졌다.
여기다 남은 3조 원 가량의 ‘요주의 PF 채권’도 언제든지 부실 채권이 될 수 있어 저축은행들의 BIS 비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장애물’ 탓에 저축은행 업계는 ‘쓰나미’를 이길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증시에 상장했거나 후순위채 발행 대문에 9월 말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저축은행 19곳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만기가 된 후순위채를 출자전환하는 데 동의하겠느냐"고 지적하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자본을 늘려야 하는데, 고강도 경영진단을 버티느라 그럴 여력이 바닥났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