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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권을 넘어 유럽과 세계의 실물경제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은행들이 자금을 비축하고 대차대조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업 대출을 취소하면서 세계적 항공사와 대형 선박회사에서부터 소규모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의 기업들이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각지의 기업들이 신용경색에 빠지면서 세계 경제를 또 한 번의 불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또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어 프랑스의 경우 그동안 항공기 구매 대금의 15%를 BNP 파리바와 소시에테 제너럴과 같은 프랑스 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해왔다. 그러나 이제 이들 은행은 자금 비축을 위해 항공사에 대한 대출을 취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어 프랑스는 유럽 은행 대신 중국과 일본 은행들과 긴밀한 관계 구축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에미리트항공도 84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신규 도입 자금을 대기 위해 이슬람 금융권과 신흥시장의 대출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발전소나 수자원 개발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조성 사업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100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바르잔 가스전 개발 사업의 경우 이번 달에 31개 대출기관에서 자금을 확보했지만 BNP 파리바와 소시에테 제너럴, 나티시스 등 평소 같으면 참여했을 프랑스의 3개 대형은행은 빠졌다.
대형 선박회사들도 대출해준다는 곳을 찾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굉장히 좋은 조건에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앞다퉈 나섰지만 세계적 경기둔화 속에 운임이 떨어지면서 은행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특히 조선 분야의 침체는 선박회사 직원들은 물론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하는 수백개의 중소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의 함부르크와 키엘, 로스토크의 주요 항구에서는 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현지 무역단체가 밝혔다.
헝가리에서는 쇼핑센터 등 상업용 건물의 신규 개발 사업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일부 건축사무소도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의 건축가 노라 데메테르는 "이제 헝가리에서 대형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내년은 전망이 더욱 어둡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한 무역회사의 영업 관리자는 스쿠터와 스케이트보드 등 어린이 용품에 대한 유럽지역의 주문량이 지난해 가을보다 20%에서 30%까지 줄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더크 슈마허는 "갈수록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금조달 사정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