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류 회전력 약해져 찬공기 남하2일 서울 -16도 예상..34년만의 2월 추위
  • 우리나라가 이번 겨울을 비교적 큰 추위 없이 지나는 듯하다가 입춘(立春ㆍ2월4일)을 코앞에 두고 강력한 한파와 맞닥뜨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14.6도를 기록해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

    철원은 -21.7도까지 떨어지며 역대 2월 최저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천(-20.3도), 춘천(-19.3도), 인제(-18.8도), 문산(-18.4도), 충주(-17.0도), 수원(-13.2도) 등 중부 내륙 곳곳에서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곤두박질 쳐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이날 낮에도 서울의 기온이 -9.7도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는 등 한겨울 아침 가장 추울 때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기상청은 2일 아침 서울의 기온이 -16도까지 떨어지고 금요일인 3일도 -12도에 머물러 혹한이 며칠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서울의 2월 기온이 -16도까지 떨어지는 것은 1978년 2월1일 -16.0도를 기록한 이래 34년 만이다.

    사실 올해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았다. 서울의 1월 평균 기온은 -2.8도로 평년(-2.4도)와 큰 차이가 없었고 평균 최저기온도 -6.3도로 평년(-5.9도)과 비슷했다.

    이번 겨울 들어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진 날은 8일에 불과했다. -10도 안팎의 추위가 찾아오더라도 주기적으로 며칠간 추위가 풀리는 삼한사온 현상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 혹한을 실감하지 못한 탓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습적으로 찾아온 이번 추위에 북극의 고온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의 기온이 낮으면 한기 덩어리를 감싸고 회전하는 제트기류가 강해져 차가운 공기가 회전 소용돌이 안에 갇히게 된다. 반대로 북극의 기온이 높을 경우 회전력이 약해져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까지 남하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기후예측센터(CPC)의 자료를 보면 북극을 감싸고 도는 제트기류의 세기를 나타내는 북극진동지수(AOI)가 이번 겨울 들어 계속 양(+)을 기록하다가 지난달 21일부터 음(-)으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기온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서울의 경우 22일 아침 최저기온이 -11.6도로 크게 떨어지더니 최저기온 -10도 이하의 한파가 나흘간 계속됐다.

    서울의 1월 중순 평균기온은 0.0도로 평년(-2.4도)에 비해 포근했지만 하순은 -4.5도로 평년(-2.5도)보다 2도나 낮았다.

    북극을 중심으로 한 공기의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북극진동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북반구 곳곳에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다.

    북극발 한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유럽 지역에서는 이번 겨울 들어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최근 며칠 동안 갑자기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와 수십 명이 사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한 가운데 북극진동에 따라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해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며 "2월 초순까지는 북극진동이 음의 값을 보여 비교적 추운 날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