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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영국과 아일랜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40대 이혼녀의 살인 청부 사건에는 이집트계 미국인이 장난삼아 개설한 '살인청부받습니다'라는 웹사이트가 한 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랜드힐스에서 벌어진 부동산금융거래인 앤 로렌 로이스턴의 살인 청부와 아일랜드 엔니스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부 P.J 하워드 암살 모의 사건은 모두 에삼 아메드 에이드(51)라는 미국인이 만든 암살 대행 사이트와 관련됐다며 자세한 내막을 28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06년 로이스턴의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부터.
그가 로이스턴에게 보여준 서류철 속에는 로이스턴의 사진과 이메일로 받은 청부 살인 의뢰서가 들어있었다.
로이스턴 남자친구의 헤어진 여자친구 마리사 마크가 보낸 이메일에는 로이스턴의 머리에 총을 쏴 죽여달라고 적혀 있었다.
찾아온 남자는 청부 살인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데 청부 살인 업자는 로이스턴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마크에게서 받기로 한 37만 달러를 지불한다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흘 말미를 줬다.
로이스턴은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10건이 넘는 청부 살인 사건을 다룬 경험이 있는 12년 경력의 연방수사국(FBI) 수사관 잉거드 소텔로가 나섰다.
소텔로가 수사 끝에 로이스턴을 찾아왔던 남자의 신원을 알아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했던 에이드였다.
FBI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로이스턴을 내세워 에이드와 연락을 취하던 중 에이드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에이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미국과 범인인도협정을 맺지 않은 아일랜드.
얼마 뒤 아일랜드 엔니스에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하워드의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자는 어떤 사람이 13만 유로를 줄테니 하워드와 아들 2명을 죽여달라고 했다면서 10만 유로만 내면 살려주겠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전화를 건 남자를 체포했다. 붙잡힌 범인은 바로 미국에서 도망친 에이드였다.
이런 사실을 언론 보도로 알게된 소텔로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에이드의 집을 수색해 컴퓨터를 조사했다.
소텔로는 에이드가 받은 이메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에이드가 개설한 '살인청부받습니다(hitmanforhire.net)'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받은 살인 청부 의뢰 이메일이 수두룩했던 것이다.
켄터키주의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은 같은 반 친구를 죽여달라고 했고 어떤 여자는 자살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살인 청부를 맡겨 달라는 '킬러 지망자'도 많았다.
그러나 두명의 의뢰인은 분명한 '살의(殺意)'가 있었다.
로이스턴을 죽여달라고 했던 마크는 에이드의 계좌에 착수금으로 17만 달러를 입금했다.
하워드 부자를 살해해달라는 요청을 했던 샤론 콜린스도 계약금 1만5천 유로를 봉투에 담아 에이드의 집으로 보냈다.
공조 수사에 착수한 FBI와 아일랜드 경찰은 그러나 에이드가 전문 킬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에이든은 처음에 장남삼아 웹사이트를 개설했을 뿐이었으나 마크와 콜린스의 의뢰를 받자 진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범행에 나선 것이었다.
에이드가 콜린스의 청부를 받은 뒤 독살하자고 제안한 뒤에야 인터넷을 뒤져 독약 제조법을 배우느라 애쓴 사실도 밝혀졌다.
살인을 청부하면서 돈을 보낸 마크와 콜린스는 에이드의 허풍에 사기를 당한 셈이다.
하지만 장난처럼 시작한 에이드의 행각으로 세 사람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마크와 콜린스, 에이드는 모두 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