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년 전에 불을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돼 인류 진화의 큰 전환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과 APㆍAFP 통신이 2일 보도했다.

    남아공과 미국, 캐나다 과학자들은 칼라하리 사막과 가까운 남아공의 고인류 유적지 본더벌크 동굴에서 발견된 식물의 재와 불에 탄 동물 뼈 등을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반복적인 불 사용 흔적이 드러났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 물질은 바람이나 물에 운반돼 동굴 안으로 밀려 들어온 것이 아니라 동굴 안에서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고 이와 함께 불 사용의 또 다른 증거인 표면이 갈라진 철결석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들 동굴인이 벼락 등 자연발화로 불타는 물질을 동굴 안에 들여 와 한 곳에서 계속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며 주변에서 발견된 돌 연장으로 미뤄 불 사용자는 호모 에렉투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약 20만년 전 등장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오늘날 생존한 유일한 인류 종이지만 지구 상에는 약 190만년 전 탄생한 호모 에렉투스를 비롯, 다른 여러 종의 인류가 살아왔다.

    인류의 불 사용 기원은 아직까지 논란의 대상이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최고(最古)의 불 사용 흔적은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70~80만년 전의 그슬린 토기 파편이다.

    연구진은 "이 발견으로 인류의 불 사용 연대가 30만년 빨라졌다. 이는 호모 에렉투스도 생활 방식의 하나로 불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더벌크 동굴 안에서 발견된 물질들은 700℃ 이상 가열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땔감으로 풀과 관목, 나뭇잎 등이 사용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초기 인류가 불을 이용해 온기를 유지하고 밤중에 포식동물의 접근을 막았으며 음식이 잘 소화되도록 요리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모닥불 주위에 모여 서로 어울리는 것은 인류 진화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불을 통제하고 고기를 익혀 먹게 된 것이 이들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빠르면 인류의 뇌가 급격히 확대된 190만년 전 경부터 인류가 고기를 익혀 먹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류는 익힌 음식을 먹음으로써 칼로리 소모량이 많은 큰 뇌와 몸을 갖게 된 반면 소화가 잘 되는 익힌 음식에 적합한 작은 소화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100만년 전 이전과 이후의 증거를 추가로 확보해 불 사용 양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밝히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