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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왕' 辛春浩 회장, "나는 서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든 적이 없다."
"이건희 회장도 라면을 즐긴다. 라면은 서민만 먹는 게 아니다. 나는 국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든다."
趙甲濟
'세계의 라면왕' 農心의 辛春浩 회장(82)은 "나는 서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라면을 즐긴다. 라면은 서민만 먹는 게 아니다. 나는 국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든다."
辛 회장은 "내가 서민을 위하여 라면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였다면 84개국에 팔리는 맛 좋은 라면을 만들지 못하였을 것이다"고 말한다. 서민용이라고 해서 값이 싼 라면을 만들려 하면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로지 맛 있는 라면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일하다가 보니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서민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말한다. 서민들이 표가 많다고 계산한다. 그러면서 복지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한다. 그리스처럼 재정파탄이 나면 손해를 보는 건 서민이다. "나는 서민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하여 일하겠다"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헌법엔 서민도, 특권층도 없다. 오로지 개인과 국민이 있을 뿐이다.
辛 회장은 선친이 한 말을 자주 들려준다.
"계산쟁이는 밥 굶는다."
愚直(우직)한 게 최고의 계산이란 이야기이다. 그는 또 라면은 수프이다"고 말한다. "음식은 간이 맞아야 하듯 라면도 수프가 맛 있어야 한다"는 간단한 원리를 실천해왔다. 이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이 맛 있는 건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맛 있다"고 믿는다.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맛 있어 하는 그 '보편적 맛'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경영의 핵심이었다.
辛 회장은 漢字-한글혼용론자이다. 그렇게 쓰여진 교과서를 따로 만들어 학교에 나눠준 적도 있다. 언어감각이 뛰어난 분이고 위대한 作名家이다. '農心', '辛라면', '새우깡', '진짜진짜' 등등이 그의 작품이다.
새마을 교육장에서 들은 '農心은 天心이다'는 말에 감동, 롯데라면과 롯데공업이란 회사이름을 '農心'으로 바꾸었다. '새우깡'은 <아직 발음이 서툰 어린 딸아이가 '아리랑'을 부른다는 것이, "아리깡 아리깡 아라리요"라고 하는 데서 착상을 얻었다>(회고록)고 한다. 최근 발매된 '진짜진짜'(라면)는 맛 있는 수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건 진짜 맛 있다"는 말이 절로 나와 상품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卓上(탁상)이 아닌 현장에서 發想한 이름들이라 생생하다.
그가 직접 만든 社訓은 이렇다.
"나는 삶의 哲學을 가진 人間이다.
나는 經濟를 아는 人間이다.
나는 幸福한 人間이다."
그의 회고록 제목은 '哲學을 가진 쟁이는 幸福하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