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신라호텔서 30일 ‘콜벳 C6’ 출시 행사 열어ZO6나 ZR1 아닌 기본 ‘C6’ 트림인데 가격은 8,000만 원대
  • 대한민국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미국산 머슬카 ‘콜벳’이 드디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하지만 GM이 책정한 가격은 ‘한미FTA 덕분에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해 깼다.

  • ▲ 한국GM은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콜벳 C6 기본트림을 공개했다.
    ▲ 한국GM은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콜벳 C6 기본트림을 공개했다.

    0-100km/h 가속에 4.3초, 최고 속도는 306km/h

    한국GM은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콜벳 C6 신차 발표회를 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세르지오 호샤(Sergio Rosha) 한국GM 사장은 한국GM이 국내 생산기지를 통해 수출 증대에 기여함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그 한 사례로 2012년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 가량 증가한 것을 내세웠다.

    호샤 사장은 소비자들과의 소통강화, 사회 기여 등을 통해 한국GM의 판매량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콜벳’의 한국 출시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 ▲ 콜벳 C6의 옆 모습. 날씬한 옆모습과 넓적하고 낮은 실루엣은 1세대부터 이어지는 모양이다.
    ▲ 콜벳 C6의 옆 모습. 날씬한 옆모습과 넓적하고 낮은 실루엣은 1세대부터 이어지는 모양이다.

    안쿠시 오로라  판매부문 부사장은 “콜벳이야말로 미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퍼포먼스카이며, GM의 아이코닉카다. 미국인에게는 ‘슈퍼카’다. 한국에 출시한 콜벳 C6는 과거 콜벳의 디자인을 완벽하게 되살려 만든 차”라며 국내에서도 쉐보레의 상징적인 차가 되리라 장담했다.

    한국GM이 이번에 발표한 콜벳은 쉐보레의 ‘페이스카’로도 불린다. 1953년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현재의 6세대 모델에 이르기까지 총 150만 대 이상을 판매, 미국인들에게는 ‘중산층도 탈 수 있는 현실적인 드림카’로 꼽히고 있다. 

    길이 4,435mm, 폭 1,845mm, 높이 1,245mm로 직접 보면 짧지만 넓고 낮다. 길이는 국내 준중형차보다 짧아 보이지만 휠베이스(축거)는 2,685mm로 웬만한 준대형 세단 수준이다. 콜벳은 이 같은 크기의 차체에다 알루미늄 합금 섀시를 넣고 상당 부분을 탄소섬유와 재활용 자원을 활용한 강화섬유 소재를 활용해 공차중량을 1,660kg까지 줄였다.

  • ▲ 운전석에서 본 계기판. 운전석 앞유리에는 현재 속도와 RPM 등을 나타내는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펼쳐진다.
    ▲ 운전석에서 본 계기판. 운전석 앞유리에는 현재 속도와 RPM 등을 나타내는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펼쳐진다.

    콜벳은 6,162cc 8기통 LS3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갖고 있다. LS3엔진은 최고 출력 430마력/5,900rpm, 최대 토크 58.7kg.m/4,600rpm의 힘을 낸다. 가벼운 차체와 막강한 엔진 덕분에 0-100km/h 가속에는 불과 4.3초, 최고 속도는 306km/h에 달한다.

    여기다 페라리도 사용했다는 MSRC(Magnetic Selective Ride Control) 시스템과 4륜 독립형 알루미늄 SLA(Short-Long Arm)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으로 ‘미국차는 직선 도로에서만 강하다’는 선입견을 완전히 깼다.

    한국GM에 따르면 콜벳은 달리기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일상 주행에도 어울리는 ‘데일리 슈퍼카’라고 한다. 운전자가 ‘투어(Tour)’ 모드를 선택하면 평범한 차처럼 조용하게 운전할 수 있고 ‘스포츠(Sport)’ 모드를 선택하면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좀 더 거친 운전을 원한다면 차체제어장치를 끄면 된다.

    한국GM은 콜벳 차체에 초고장력 강판과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를 적극 활용해 주행 중 안정적인 성능은 물론 탑승자의 안전도 최대한 고려했다고 밝힌다.

  • ▲ 콜벳 C6에는 LS3이라는 6.2리터급 8기통 엔진이 장착된다. 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MSRC 등이 결합해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 콜벳 C6에는 LS3이라는 6.2리터급 8기통 엔진이 장착된다. 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MSRC 등이 결합해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고속으로 달리는 스포츠카라는 특성에 착안해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를 장착하고, 타이어 또한 구멍이 나거나 바람이 빠져도 90km/h 이하의 속도로 최대 105km까지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한다.

    성능 우수하고 멋진 콜벳, 다 좋은데 가격이….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한국GM은 4월 30일 콜벳을 내놓으면서 발표한 가격은 8,640만 원. 프리미엄 패키지를 추가하면 8,940만 원에 달한다. 관세 등을 생각한다고 해도 거의 미국에서 판매 중인 '그랜드스포츠 컨버터블(5만9,600달러)'과 고성능인 ZO6(7만5,600달러) 사이 가격이다.

    이는 신차 가격으로 따졌을 때 독일산 수입차에 비해서는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으로 따지면 거의 2배에 가깝다.

    참고로 미국의 GM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콜벳의 가격은 4만9,600달러부터 11만1,600달러. 우리나라에 출시하는 모델은 기본가격 4만9,600달러짜리 가장 아래 등급 두 가지다.

    이에 호샤 사장은 “한국과 미국 판매가격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판매가격은 다소 높은 대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 ▲ 미국 GM사이트에 떠 있는 콜벳 판매가격. 딜러를 잘 만나면 더 싸게 살 수도 있다. 반면 한국GM이 국내에 출시한 콜벳 가격은 8,690만 원부터 '시작'이다.
    ▲ 미국 GM사이트에 떠 있는 콜벳 판매가격. 딜러를 잘 만나면 더 싸게 살 수도 있다. 반면 한국GM이 국내에 출시한 콜벳 가격은 8,690만 원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GM의 가격 정책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각에서 ‘카마로가 출시됐을 때 그 가격 때문에 실망했는데 콜벳도 그러지 않을까’라며 우려하던 것이 현실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화 ‘트랜스포머’로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 출시 당시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카마로’는 2011년 판매 이후 겨우 150대만 팔렸다. 가격 때문이었다. 카마로는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약 1,000만 원 이상 더 비싼 4,7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이는 같은 수준의 ‘포니카’인 머스탱이 미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싼 가격에 팔리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최근 한국GM의 가격 정책은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는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독일차 브랜드나 일본 브랜드들은 ‘싸게 팔고, 유지보수비나 튜닝 서비스 등으로 더 많은 이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GM은 국내 소비자들이 크게 기대하던 차종은 조금 더 비싸게 내놓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콜벳의 유지비용도 저렴하지는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325mm 폭인 뒷타이어 하나 가격이 60만 원 이상이다. 한국GM이 앞으로 어떤 서비스 정책을 펼칠 지 모르나 각종 유지보수 또한 일반 차량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콜벳 또한 별로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거나 '병행수입 중고차 사서 GM에서 수리받는 게 낫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한국GM의 ‘가격 정책’ 탓에 미국에서는 ‘중산층 슈퍼카’인 콜벳이 우리나라에서는 ‘드림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