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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시장내 노점상에게 혜택은 돌아가지 않는다. 전통시장 내의 노점 행위가 허용됨에도 불구하고 노점상이 소외당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시장 상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상인연합회(이하 상인회)’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융 및 교육 혜택을 받으려면 상인회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상가 점포주들 눈에 노점상은 자리세도 내지 않고 손님을 빼가는 ‘미운오리’로 비춰져 상인회 가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한 노점상들에게 돌아간다.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중부시장과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노점상들을 들러 보며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부시장에서 채소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00씨는 ‘금융’ 혜택에서 소외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기 앞에 있는 점포는 상인회에서 저리로 빌려주는 미소금융을 사용하고 있어요. 저도 몇 백 만원이 급하게 필요해서 상인회를 찾아갔더니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 당했어요. 어쩔 수 없이 일수를 써서 갚는 중입니다.”
미소금융은 정부가 전통시장에서 ‘일수’를 몰아내기 위해 만든 서민금융지원책. 100개 점포를 기준으로 각 시장 상인회에 1억원을 2년 만기로 빌려준다. 이율은 4.5% 미만으로 20~30%를 웃도는 일수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상인회는 지원받은 금액을 1인당 500만원씩 6개월 상환 조건으로 회원들에게 빌려준다. 미소금융 취지대로라면 시장 상인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권리지만 노점은 상인회 회원이 아니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서 본인 점포를 갖고 있는 상인들은 돈이 있는 사람이예요. 정말 가난하고 힘든 우리 노점상은 아무런 지원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김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왕시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20년째 시장 초입에서 과일 노점을 운영하는 최00씨는 “정부에서 특가판매용으로 상인회에 물건을 싸게 주는데 우리는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해 농사가 잘 안되면 과일값이 엄청나게 뛰어요. 그럴 때 정부에서 물가안정차원에서 물건 값을 싸게 제공해주기도 하죠. 점포 상인들은 물건을 받아서 싸게 판매할 수 있는데, 우리는 혜택을 못 받으니 서러워요.”
그는 푸념을 늘어놨다.
“같은 시장 상인인데 소외받고, 괄시받는 느낌이 들어요. 빨리 돈을 모아서 점포하나 갖는 게 목표예요. 상인대학이다 뭐다해서 상인들끼리 가는데 우리 노점은 교육도 못 받으니 더 서럽죠.”
노점과 점포 상인간의 해묵은 갈등을 스스로 풀어가는 시장도 있다.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 박치덕 상인회 총무는 시장은 120여개의 점포와 19개의 노점이 모두 상인회 소속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우리 시장도 점포상인들과 노점상이 으르렁거리며 싸웠죠. 하지만 시장의 화합을 위해 노점 상인들을 상인회로 끌어들였습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났어요.”
박 총무는 “시장에 노점이 있어야 시장 분위기도 난다. 같은 시장 상인들끼리 협력하고 상생하면 노점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