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민주화, 약자에게 해(害) 될 수도 
     
      경제적 약자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로 인해 그들이 영원히 약자로 머무르는 일은 막아야 한다.

    김정호(자유경제원)    
      
    경제화능력 떨어지면 저소득층 타격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모두 경제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과제도 아니어서 연말 대선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남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가진 자, 강한 자에 대한 견제와 약한 자에 대한 보호가 큰 그림이다. 소득재분배 정책과 복지정책, 재벌로 대표되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강화, 중소 및 영세기업에 대한 보호 같은 것들이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형태다. 이와 관련해서 꼭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주체들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 또 새로 도입하려는 수단은 과연 우리가 보호 또는 돕고자 하는 대상들인지. 한편 설정된 경제민주화 방향은 제대로 그들을 돕게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펼치는 다양한 정책들은 오히려 경제적 약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 다시 곱씹어 봐야

    먼저 소득재분배정책을 생각해보자. 이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소득 격차의 해소, 즉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이들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준다. 이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바로 누진소득세와 복지정책이다. 한국의 복지지출은 선진국들에 비해 그 규모면에서 작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복지지출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빈부격차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핵심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중산층의 복지란 결국 자기가 낸 세금을 다시 돌려받는 제도라는 것이다. 최저 소득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자기가 낸 세금을 다시 돌려받는 식의 정책을 밀어 붙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더구나 이 정책의 핵심 사실은 감춘 채 되돌려 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공약 하에서의 복지정책이 과연 민주화라는 이름에 걸맞을까.

    그렇게 해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 결국 타격을 받는 것은 저소득층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중산층에게 풀어줄 예산이 있다면 사각지대의 저소득층에 배려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이상에 더 맞은 것 아닐까, 꼭 따져봐야 할 일이다.

    출총제 부활하면 양질의 일자리 줄어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은 또 다른 측면이다. 현 재벌개혁 정책이 노동자들의 이익과 부합하는지, 또 중소기업의 이익으로 나타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재벌개혁의 핵심 중 하나는 출자총액제한 부활 등을 통한 계열사 확대 억제다. 하지만 이들 정책 추진자들이 간과하는 하나의 사실이 있다. 바로 재벌기업 계열사의 확대가 투자 증가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원하는 대기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확장을 막으면 하청 혹은 협력 중소기업의 일거리가 줄거나 또는 아예 협력 중소기업들이 없어진다. 결국 노동자들은 더 좋은 일자리의 기회를 잃게 된다.

    중소기업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이 계열사를 만들면 경쟁관계의 중소기업들은 경쟁으로 사업이 어렵게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중소기업들에게는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남을 뜻한다. 따라서 재벌개혁과 관련해 우리는 두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계열사의 확장을 막는 정책이 노동자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의 창출을 막지는 않는지, 그리고 경쟁관계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협력업체가 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보호받는 중기업종, 발전 못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같은 중소기업 보호 정책에서도 가치의 충돌 현상은 일어난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통해서 경험했듯이 보호를 받는 산업은 발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명 산업, 면도기 산업 등에서 수입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보호정책의 결과로 봐야 한다.

    산업의 침체는 단순히 기업주의 손해를 넘어서 거기에 종사하거나, 종사했을 근로자들과 소비자들의 손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중소기업보호제도와 관련해서 기업주의 이익을 넘어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이 꼭 필요하다. 중소기업주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이익을 희생하는 정책에 민주화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장기적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약자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로 인해 그들이 영원히 약자로 머무르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것은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손해다.

    여기서 우리가 제기해야 할 또 다른 질문이 있다. 저소득층 보호정책이 과연 보호받는 저소득층의 현 상황 탈출을 촉진하고 있는가 중소기업 보호정책은 과연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의 성장하게 하는가. 지금까지의 사례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히려 그 반대가 정답이다. 새로 제안되는 경제민주화 조치들은 장기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민주화 논의는 치밀한 경제논리보다는 막연한 국민정서에 바탕을 둘 때가 많다. 때문에 그 안에 포함된 정책 목표들은 서로 충돌하기 십상이다. 그 결과 경제민주화 정책이 보호하려는 경제적 약자의 이익을 오히려 해치는 경우들도 많다. 경제민주화가 진정으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가, 그리고 약자를 영원히 약자로 묶어 두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경제민주화에 앞서 꼭 따져봐야 할 핵심적인 질문이다.

    김정호 前 자유기업원 원장/ 정리 손정우 기자
    위 글의 출처는 자유경제원(前 자유기업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