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빌려 재창업, 불경기로 또 위기‘미소금융’ 1천만원 받아 숨통 틔어


2002년부터 주방은 어머니 박종숙 씨가, 홀은 딸 이혜정 씨가 맡아 식당을 운영하던 모녀. 
어느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동두천 중앙동 같은 자리에서 9년째 운영하면서 단골도 생기고 자리도 잡았는데 건물 주인이 땅과 건물을 팔아버린 것이다.
  
이 씨는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권리금 한 푼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식당에 투자한 시설비가 모두 빚으로 돌아올 판이었기 때문이다.

  “권리금과 시설비 모두 합해 1억이 넘는 돈이 날아갔어요. 
전에 식당은 대지 28평에 주택 20평 규모였어요. 
식당이 노후화 돼서 7년차부터 8년차까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식당을 팔았더라면 권리금이라도 조금 받았을 텐데… 

땅이 팔릴 줄 상상도 못하고 주차장과 건물 시설에 투자한 것이 화근이었어요.
 더 잘해보려고 했던 일이 산더미 같은 빚으로 남았어요.”



  • 식당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원재료 대금, 공과금 등을 정산하고 나니 무일푼 상태였다.
    이 씨는 당장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보험회사에 취직해 경험이 없는 영업을 하는 등 궂은 일을 마다않고 했다.

    2010년 12월 여유자금을 어느 정도 모으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 박 씨와 함께 다시 ‘황토추어탕’을 시작했다. 
    동두천 상패동에 위치한 48평 규모의 저렴한 매물을 찾아냈다. 
    게다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식당을 연지 얼마 안 돼 예상치 못한 호재가 찾아왔다. 
      
    “동네 분들에게는 안 좋은 일이긴 했는데, 저희 가게는 덕을 본 일이 있었어요. 
    구제역이 돌면서 방역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운 좋게 우리 가게가 시청과 계약해 4개월 동안 방역인부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어요.
    시청에서 결제하니 미수금도 없고 오픈 초기에 목돈이 들어와서 가게를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 초기 호재는 ‘반짝’하고 짧게 지나갔다. 
    구제역 파동이 잠잠해 지면서 매출도 함께 줄어들었다. 
    여유자금은 커녕 급한 데로 돈을 빌려 오픈 한 터라 재료를 마련하기도 빠듯한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보험설계사 일도 그만두지 못하고 부업으로 지속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겨울 경기가 너무 안 좋았어요. 
    공장 사람들이 손님들과 함께 곧잘 오곤 했는데 경기가 나쁘니 납품물량이 줄고 접대 횟수도 줄어들고… 
    저희 식당이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았어요.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어지면서 농사짓는 분들의 발길도 줄었습니다.”


  • 하루는 모녀와 친분이 생긴 손님 한 명이 미소금융에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추천했다. 

    그 사람은 바로 미소금융중앙재단 경기 동두천지점 김관목 지점장이었다. 
    성실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금압박으로 고민하던 부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미소금융을 권한 것이다. 
    이 씨는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한 김 지점장의 명함을 보여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저희 손님으로 오셨던 김목관 지점장님 덕분에 미소금융을 알게 됐어요.
    상담을 받고 1천만원을 운영자금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해 한참 불황일 때 요긴하게 썼어요. 
    미수금이 많아 하루하루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는데 여유자금이 생기니 돈이 불어나기 시작했죠. 조금 남았던 대출금을 모두 다 갚았습니다. 
    빚으로 시작한 이 식당이 이제 다 엄마와 저의 재산이에요. 
    근 2년 만에 빚을 청산하니까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 씨는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누는 일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도움을 받다 도움을 주게 된다고 생각하니 삶이 보람차고 벅차단다.
      “미소금융 동두천지점 후원회에 저도 회원으로 가입해 월 3천원씩 기부하고 있어요. 신용조건이 너무 좋지 않아 미소금융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액을 빌려주기 위해서죠. 적지만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고희정 기자 meg@newdaily.co.kr
    사진.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