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성적서 위조·금품로비·인사청탁


  •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시작된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오는 5일로 장장 100일을 맞는다. 


    이번 원전비리 수사로 

    불량 부품을 납품하기 위한 [시험 성적서 위조], 

    납품 편의를 받으려는 [금품로비], 

    [인사 청탁] 등의 비리 구조가 드러났다. 


    #. 시험 성적서 위조 


    지난 2008년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지난 2010년 [신고리 3·4호기]에 납품된 <JS전선>의 제어 케이블 등은 

    냉각재 상실사고(LOCA)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원자로 안에 물(냉각재)이 없어지면 

    핵반응으로 생긴 열이 

    핵연료를 비롯한 원자로 내부 구조물들을 녹여버리고, 

    구조물의 특정 성분이 수증기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발생시키고, 

    수소 농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산소와 결합해 대규모 수소 폭발이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되는 게 [LOCA]이다. 


    <JS전선>의 원전 제어 케이블을 검증하는 <새한티이피>는 

    LOCA 시험 때 [붕산수] 대신 [일반 수돗물]을 사용하는 등의 편법을 썼다. 


    제어케이블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새한티이피>는 

    외국 검증업체도 속였다. 


    1차 시험에서 불합격하자, 

    규정을 어기고 재시험을 의뢰하면서 

    방사능 처리를 안한 시편(시험용으로 만든 조각)을 보냈다. 


    방사능 처리를 안한 시편으로 시험하면 

    방사능에 얼마나 견디는지 알 수 없다. 


    <새한티이피>가 

    지난 2006년 6월30일 캐나다 R사에 보낸 

    <JS전선>의 제어케이블 A~C타입 가운데, 

    B타입의 노화(방사능, 고온, 고압 처리) 시편만 합격하고, 

    비노화(방사능만 처리) 시편은 불합격했다. 


    국제표준(IEEE 383)에 따르면 

    노화 시편과 비노화 시편이 모두 합격해야 최종 합격한다.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불합격처리 된다. 


    단, 시험자의 과실이나 외부 요인이 있는 경우에만 

    재시험할 수 있다. 


    그러나 <새한티이피>는 

    이런 규정을 위반하고 지난 2006년 9월 R사에 

    B타입의 비노화 시편 6개에 대한 재시험을 의뢰했고, 

    이 가운데 2개만 합격했다. 


    이 때문에 시험 성적서를 위조하거나 

    아예 열노화(150도에서 28일간 또는 155도에서 18일간),

    방사능 처리를 하지 않은 

    이른바 [생케이블]로 시험해 불량 케이블을 납품했다. 


    이 과정에는 시험검증업체인 <JS전선은> 물론 

    시험업체인 <새한티이피>, 

    시험 성적서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모두 연루됐다. 


    원전의 안전과 직결되는 제어 케이블 등은 

    안전성 최고 등급인 [큐(Q) 등급] 부품이고, 

    <JS전선>이 편취한 돈은 179억원이다. 


    대기업인 <LS전선>도 지난 2006년 8월, 

    하청업체인 A사가 공급한 

    [냉각수 공급용 냉동기의 실링(밀봉) 어셈블리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울진원전에 납품했다. 


    #. 금품로비 


    송형근(48) 한수원 부장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설비 공급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으로부터 

    17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오희택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고지인 

    경북 영일, 포항 출신인 이른바 [영포라인] 출신으로,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한국정수공업의 원전 수처리 설비 공급과 

    관리용역 유지 등을 위한 로비명목으로 18억원을 받아 

    3억원을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 브로커 이윤영(51)씨에게 전달한 혐의가 있다. 


    이 씨는 이 가운데 6,000만원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국정수공업> 대표로부터 납품계약 체결 등에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박기철 전 <한수원> 전무와 이종찬 <한국전력> 부사장도 

    지난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9월 사이에 

    원전 업체들로부터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각각 1억3,000만원과 2,6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원전비리 수사단은 

    지금까지 무려 29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한수원 간부와 직원 10여 명을 수사하고 있다. 


    #. 인사청탁 




  •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은 

    지난 2008년 11월 <한수원> 직원 A 씨의 인사 청탁 대가로 

    H사 송모 전 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송씨는 검찰에서 

    그전에도 김 전 사장에게 수차례 인사청탁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찬 <한전> 부사장도 

    지난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송형근 <한수원> 부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국가정보원 비서실장 출신인 원전 브로커 윤영 씨는 

    국정원 재직 중이던 지난 2011년 2∼5월 

    대학동기인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에게 

    <한국정수공업>에 우호적인 인물을 

    경쟁사인 한전 자회사의 임원에 앉혀달라고 청탁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같은 해 5월 

    한전 자회사 A 전무가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씨는 인사청탁을 성사시킨 대가로 

    <한국정수공업>의 신용카드를 받아 2억3,000여만원을 사용했으며, 

    최 전 장관에게 감사 인사 명목으로 돈을 줘야 한다며 

    한국정수공업에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