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아닌 내부출신 뽑고 보니…"우연의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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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왼쪽부터 이주열 한은총재 내정자,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 김인환 하나생명 신임대표, 권선주 기업은행장. 사진출처=각사
    ▲ 왼쪽부터 이주열 한은총재 내정자,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 김인환 하나생명 신임대표, 권선주 기업은행장. 사진출처=각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 김인환 하나생명 신임 대표이사, 권선주 기업은행장, 이들은 모두 최근 조직의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내부 출신인사라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내정자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35년간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한은맨'이다. 2012년 부총재를 마지막으로 잠시 한은을 떠났지만 이번에는 수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는 1982년 외환은해에 입행해 32년간 외환은행을 지켜온 'KEB맨'으로 불린다. 그는 외환은행 영업부서를 거쳐 종합금융부 차장, 중소기업지원실장, 기업마케팅부장, PB영업본부장 등 다양한 파트에서 중책을 맡았다. 2012년 2월에 기업사업그룹 부행장보에 올랐고, 2013년 2월부터는 외환캐피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 외환은행 임직원 중에서 제일 맏형일 뿐만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이 대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환 하나생명 신임 대표이사는 금융 인생 시작은 1985년 한미은행에서 했다. 하지만 1991년 하나은행 자금부로 자리를 옮긴 후 종합기획부 과장, 전략기획팀장, 대기업금융2본부장, 대기업금융본부 부행장보, 하나은행(중국) 유한공사 행장을 거쳐 2012년부터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맡았다. 어엿한 23년차 '하나맨'인 것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빼놓을 수 없는 내부출신 수장이다. 그는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CS센터장, PB사업단 부단장, 외환사업부 부장, 카드사업본부 본부장(부행장), 리스크관리본부 본부장(부행장)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기업은행장을 맡고 있다. 35년간의 기업은행 생활 끝에 금융권 최초 여성 행장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 내부인사 왜 중용 받나?

    한 조직에 30년 이상 몸담은 인물들은 업무에 누구보다 밝고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낙하산' 인사들이 기존 조직에 입성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내부 결속 다지기와 업무 파악을 위한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수장이 어디선가 나타나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조직'이라는 애정을 갖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맞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조직에 오래 몸담게 되면 '애사심'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고 지휘를 받는 입장에서도 내부 출신 인사에 대한 존경심이 커진다는 것.

    실제로 이주열 한은 총재 내정자, 김한조 외환은행장 내정자, 김인환 하나생명 신임 대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김 외환은행장 내정자는 인사 분야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어 조직 내부 임직원을 누구보다 더 소상하게 알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치금융'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있다.

    관료 출신들이 금융권에서 잇따라 밀려나고 민간 출신을 선호하는 박근혜 정부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은행권에선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퇴진이 결정됨에 따라 특수은행과 시중·지방은행 등 17개 국내은행의 은행장이 모두 '민간 출신'이 맡는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 출신 수장을 맞이하는 것은 흐름에 어긋나기 때문에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 뽑고나니 연대 출신

    이 총재 내정자, 김 행장 내정자, 김 신임대표, 권 행장, 이들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이 총재 내정자와 김 신임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김 행장 내정자는 불어불문과, 권 행장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물론 출신 학교로 수장을 뽑은 결과가 아닌 '우연의 일치'일것 이지만, 업계에서는 '연대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학연 중시해 부작용을 낳지 않는다면 연세대 출신 금융계 인사들의 모임인 '연금회' 활동으로 원활한 소통을 수행해 금융권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