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이후 빙그레 본격 경영맡아2008년 돌연 정계로 뛰어들었으나 입지 굳히지 못해6년만에 안방복귀 불구 넘어야할 산 많아
  • 빙그레에서 시작해 먼 길을 돌아온 김호연 전 회장은 이제 빙그레에 안주할까. 김 전 회장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이자, 현 한화그룹의 창업주 김종희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지난 1981년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타계하며 승연-호연 형제는 각각 한화그룹과 빙그레를 맡게됐다. 
     
    초반 경영구도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빙그레가 한화그룹에서 분가하려던 1992년부터 두 형제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김승연 회장이 적자경영의 책임을 물어 김호연 전회장을 당시 한양유통의 대표이사직에서 퇴진 시킨 것이 도화선이었다. 이에 김호연 전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그룹재산을 형이 독차지하려고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호연 전 회장은 김승연회장이 자신에게 한양유통 등 계열사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기는 커녕 빙그레만 남겨두고 한양유통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입장은 달랐다. 1989년 5월 당시 김호연 전 사장이 인감을 되찾아 가면서 계열사 정리에 관해 몇 차례 서로 의견을 나눴고 이에 따라 모든 상속 절차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또한 한양유통의 경우, 경영이 엉망인 상태라 계열사 관리차원에서 경영권을 되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열사들을 넘길 경우 증여세 등의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란 결코 특정인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며 각을 세웠다.

    이는 모두 창업주가 두 아들의 지분 분할에 대한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김호연 전 회장이 원하는 유산과 김승연 회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결국 김호연 전 회장은 형 김승연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만 30여 차례 열린 3년 6개월에 걸친 지루한 싸움은 계속됐다. 그러던 형제는 1995년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서 극적으로 화해, 분쟁을 종결했다.

    '1992년 빙그레가 분가, 김호연이 취임할 당시 빙그레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1992년 빙그레의 부채비율은 4천18%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발 벗고 나섰고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직전 부채비율을 360%로 대폭 줄였다.

    이 후에도 김호연은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비부가가치 자산을 매각하는 등 2003년 결산에서 76.3%라는 부채비율을 기록해 빙그레를 안정화 시키는 데 일조했다.

  • ▲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 ⓒ연합뉴스
    ▲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 ⓒ연합뉴스

◇ 갈 곳 잃은 김호연, 결국 집으로 돌아오나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돌연 "2008년 총선 출마를 한다"며 '최대주주'라는 타이틀만 남겨놓은 채 회사를 떠난다. 호기롭게 정치에 도전한 김 전 회장은 한차례 고배를 마셨고, 2010년 천안 을에 재출마, 결국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의 정치 인생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었다.

4년간 국회의원으로서의 김호연의 역할을 잘 해내던 그는, 19대 총선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정치에서 멀어지는가 싶었으나, 김 전 회장은 '박근혜의 사람'으로 꼽히며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당시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또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도 맡았다.

김 전 회장은 정계에 머무르는 동안 빙그레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 빙그레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2008년 김 전 의원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기업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과 정치를 연관시키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랬던 김 전 회장이 정계를 떠나 복귀를 선언한 것에 대해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본격적으로 빙그레 경영에 뛰어들 것이란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김 전 회장의 복귀는 정계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부터 나오던 이야기라는 반응도 있으나, 그가 정계에서 갈 곳을 잃고 결국 빙그레로 돌아오려는 것이라는 시선도 생겨났다.

김 전 회장이 없는 6년 동안 빙그레 경영은 눈에 띨만한 성장이 없었다. 빙그레는 지난해 웅진식품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실패, '1조 클럽' 가입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또 바나나맛우유, 메로나 등 외에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14일 빙그레 도농공장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그의 등기이사직 복귀가 의결된다. 6년 동안 비웠던 자리로 돌아오는 김호연 전 회장은 빙그레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 ▲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