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의 한 축인 건설산업이 수년째 이어진 불황 탈출을 위해 해외에서 답을 찾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주력인 플랜트를 중심으로 토목·건축·환경·전기설비 등으로 공정을 다변화하고 중동을 넘어 남미·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비록 지난해 저가수주 역풍을 맞으면서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건설사들은 하나같이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마디로 "되는 사업만 하겠다"는 것이다. 불안한 경영환경에서 무리수를 배제하고 안정성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에서 신중함 마저 느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은 불안전, 불확실이 많다. 국내와 환경·문화 등이 달라 변수가 많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학원비'를 쎄게 냈다. 이제는 사업성을 충분히 고려해 선별수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익성을 찾기 위한 건설사들의 노력은 '협업'을 통한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나타나고 있다.
18일 해외건설협회(해건협)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3월 현재까지 약 161억77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약 29%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 2월에만 123억달러를 따냈다. -
GS건설과 SK건설, 대우건설과 현대중공업은 각 협업을 통해 쿠웨이트에서 총 70억9200만달러에 달하는 대형 정유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등도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플랜트를 계약했다. 총 60억4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지분구조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37.5%(22억6500만달러), GS건설 37.5%(22억6500만달러), SK건설 25%(15억1000만달러)다.
알제리에서는 알제리 국영 전력청이 자국 6개 지역에서 발주한 9600MW규모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중 5개 사업을 국내 건설사들이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비스크라 지역과 지젤 지역 사업을 14억달러에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단독으로 13억7000만달러에 모스타가넴과 나마 지역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냈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카이스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6억1148만달러에 계약했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의 협업은 향후 시장의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공동입찰로 경쟁력을 올리는 한편 전문분야를 나눠 공사해 리스크를 분담·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해건협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건설사 간의 해외공사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위험부담이 커진 것을 교훈 삼아 대형 건설사가 협업을 통해 공동 수주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며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수익성 위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상호 협력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건협은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해외건설 총 수주액이 72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연초 목표치인 700억달러를 넘는 수치다. 종전 역대 최고액인 2010년의 716억 달러를 웃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3억달러 늘어난 652억달러를 기록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연기돼 당초 계획이었던 700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중동지역에서 발주가 보류된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들이 올해 추가로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며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지역의 인프라 공사와 플랜트 설비 수주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해외건설 수주액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처럼 건설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주 증대와 함께 수익성을 높이려면 사업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사업의 수익성 감소 원인으로 지적됐던 저가수주는 협업으로 탈피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려면 사업관리 역량 강화가 필수다.
국내 건설사들은 세계적인 건설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사업기획·설계·원가·외주·공정관리 등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EPC로 영역을 확대했음에도 종합계획과 단계별 조정 역할 준비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계획보다는 실적에만 의존한 관리는 문제점을 예측해 이를 선반영하지 않고 리스크가 발생한 후에 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결국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즉 사업관리 역량 부족은 결국 공기 지연 등으로 이어져 실행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다. -
이에 건설사들은 최근 해외사업역량 강화를 외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사업수행 능력이 우수한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선진사 파견·연수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지역전문가, 시운전·설계·품질 등 특수분야 외국 전문가 등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글로벌 조직체계 정립과 영업조직 재정비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 직원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등 조직·인사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신규 공략 지역에 지사·법인 설립을 검토하는 등 해외 영업조직을 재정비하고 유럽에 1곳이던 구매지사를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에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신흥시장에서 유망공종 분석을 통한 제안형 사업도 적극 발굴해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지원실을 신설하고 기존 RM실(Risk Management실)을 확대 개편,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대림산업은 사업개발실을 신설, 수주산업에서 탈피해 사업 기획부터 설계, 기자재조달, 시공, 자금조달까지 종합적으로 담당는 글로벌 디벨로퍼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국가별, 프로젝트별 해외영업 전문인력 확보를 추진하는 한편 해외영업 조직통합을 통한 영업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GS건설 역시 공정 다변화와 신시장 진출 추진과 함께 설계역량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해외건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해 40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대학생 등 미취업자 3300여명을 대상으로 해외건설 취업과정 교육을 할 방침이다. 또 국내건설에서 해외건설 분야로 전직을 돕기 위한 전문교육도 700명 규모로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