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 8:2 공동인수" 제안 포스코 강판과 품목 겹침 현상 및 시설 노후화 등 리스크도 존재
  • ▲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

    "M&A 해야죠. 다만 어떤 사업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M&A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취임 2주 만에 'M&A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은 지난 27일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공식적인 매각제안서를 전달했다. 내용은 산업은행과 포스코가 인천공장을 '8:2 지분'으로 공동 인수하고,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매수 우선협상권을 주겠다는 '빅딜(Big Deal)'이다. 포스코 측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냉연강판을 비롯한 각종 표면처리강판들과 건자재를 생산한다. 산세, 압연, 도금, 도장공정에 이르는 일련의 생산라인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효율적 생산 노하우 및 표면처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동부제철 측의 설명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이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에 바오산철강을 비롯한 중국 철강업체들은 군침을 흘려왔다. 업계에서는 과거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의 기술력을 '먹튀'한 기억을 떠올리며 내심 국내업체가 나서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문제는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장의 설비가 노후화됐음을 감안하면 1조2000억원이라는 금액은 너무 세게 부른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도 쉽사리 지갑을 꺼낼 수 없을 만큼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지분의 80%를 낼 테니 포스코는 20%만 내시오"라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 산은은 최고재무책임자(CFO)만 파견하고 경영권은 포스코에 귀속된다. 

    인천공장에서 생산되는 강관, 형강 등 건재부문 역시 포스코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6월 마케팅 조직 개편을 통해 강건재마케팅실을 신설했다. 국내 철강업계 부동의 1위 포스코지만 강건재 부문에서 만큼은 명성만 못했다. 마케팅실을 기반으로 강건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최근 열연마케팅실과 함께 강건재열연마케팅실로 통합됐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인천공장을 통해 다시 한 번 강건재 시장으로 진출할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다.

    일각에선 "인천공장의 메인이 칼라강판인데, 포스코강판과 품목이 겹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M&A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인천공장의 시설이 노후화된 만큼 고품질 강판을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동부발전당진은 포스코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포스코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올해 안에 화력발전소 착공이 가능한데다 성장성이 높아 국내에서도 다수의 업체가 인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매수권'이라는 매력적인 카드를 뽑아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NIMBY(Not In My Back Yard)' 리스크도 존재한다. 당진시는 발전소설립 문제를 놓고 지난 3년간 주민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12월 결국 당진시는 발전소 건설을 수용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을 모두 잠재우진 못했다. 포스코가 굳이 나서서 주민들의 몰매를 맞으며, '존경받는 기업'이미지에 흠집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인도 일관제철소 사업에 있어서도 현지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홍역을 치른 바 있어 권 회장의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