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보호 취지보다 소비자 불편만 가중"시장과 먼 주민들 "그 날은 어디서 장보나"컨슈머워치, 납풉 농민·입점업체 고려해야"이미 한달 두번 휴업…별 다르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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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내 모든 대형마트를 같은 날 휴업하도록 지정‧권고하는 영업규제 강화방안을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과도한 정책 규제를 손보겠다”며 민관 합동대책을 논의하는 등 규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열린 조례규칙심의회에서 서울시장이 각 자치구마다 다르게 운영중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같은 날로 정하도록 구청장에게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일부 개정안을 공포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월 2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강제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모든 대형마트의 휴무일까지 일괄 지정할 수 있도록 추가 규제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각 자치구에 대형마트 휴무일을 지정‧권고하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한 것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개정안은 현재 자정(0시)부터 오전 8시로 돼 있는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을 오전 10시까지 두 시간 늘리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시의회에 접수된 뒤 6개월 넘게 계류돼 있다가 지난달 26일 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를 거쳐 지난 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컨슈머워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와 농어민, 중소기업들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성명을 냈다. 컨슈머워치는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의 매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반면, 대형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농어민과 입점업체의 피해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형마트에 점포를 낸 중소업체들은 평일 4-5일에 맞먹는 일요일 영업을 두 번이나 쉬게 돼 한 달에 10일을 쉬는 셈이라 하소연한다. 이어 컨슈머워치는 현재 불거진 역기능은 대형마트가 가져온 유통구조 및 소비패턴의 변화를 무시한 규제의 결과라고 비판하면서 정치인들이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피해를 입는 계층의 고통을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대형마트는 총 63곳으로 이 중 92.1%(58개)가 이미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나머지 5곳은 이마트 용산점·영등포점·가든파이점, 롯데마트 행당점 등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점포와 김포공항 바로 옆에 들어선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이다.
이들 점포는 그동안 의무휴무 대상에서 제외돼 일요일이 아닌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에 문을 닫는 자율휴무를 해왔다. 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모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가 가능해지면서 홈플러스 목동점 등 복합쇼핑몰 안에 있는 대형마트도 일요일 휴무를 시작한 상태다. 나머지 5개 점포 역시 다음달부터 일요일 휴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모든 대형마트를 같은 날 휴업하도록 지정권고하는 규제까지 더하자 A업체 관계자는 “실효성 없는 시도다. 서울시의 지나친 조치가 지역상인과 상생협의를 통해 공휴일이 아닌 평일 휴무를 시행중이거나 검토중인 다른 지자체로 번질까봐 걱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 김선영 씨는 “전통시장 살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시장에서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마트가 같은 날 전부 쉬어버리면 우리는 어디로 장을 보러 가야될지 답답하다”고 했다.
직장인 박민주 씨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다고 전통시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살 것, 먹을 것은 따로 있다. 시장의 경쟁력은 다른 것에서 찾아야 한다”며 “마트 규제로 크게 얻는 것이 없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눈치만 보느라 시민 불편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 사회 시민회의 관계자는 “서울시의회의 조례안처럼 시내 대형마트 휴무일을 같은 날짜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자치구내 전통시장 휴무일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관련 조례는 권고사안일 뿐 근본적인 권한은 구청장에게 있다”며 “다만 상징적인 의미는 큰 조례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1∼2년전부터 전통시장에 대형마트가 쉬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영업을 하도록 독려해왔다. 전통시장 쉬는 날을 알리는 캠페인이 정착돼 소비자 불편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