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패키지 매입과 관련해선 '걱정'
  • ▲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앞에서 묵념하고 있는 포스코 임원진ⓒ뉴데일리
    ▲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앞에서 묵념하고 있는 포스코 임원진ⓒ뉴데일리

    1일 오전 9시35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고(故) 박정희대통령 묘소 앞에는 철(鐵)인들로 가득했다. 전무급 이상의 포스코 임원들과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이 한데 모인 것.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완연한 봄날이었지만 분위기는 비장했다. 이날은 바로 1968년 4월1일 '포항제철'로 역사를 시작한 포스코의 46주년 창립기념일이다. 포스코가 창립기념일을 맞아 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48분께 검은색 에쿠스차량이 묘소 앞에 도착했고, 포스코 권오준 신임회장이 차에서 내렸다. 권 회장과 포스코 임원들, 계열사 사장단은 열을 맞추고 박 대통령의 묘역에 올라 참배했다.

    참배를 마치고 고 박 명예회장의 묘소로 가는 길에 권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창립기념일을 맞아 '더 그레이트 포스코'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현충원을) 방문했다"며 "회사창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두 분을 뵙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과거 포스코의 영화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발전사에 있어 포항제철을 빼놓을 수 없고, 포철하면 고 박 대통령과 고 박 명예회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제철보국(製鐵保國:철을 만들어서 나라에 보답하겠다)'의 신념을 가슴 속에 품었다. 1960년대 전 세계로부터 가난한 나라 한국에 제철소 건립은 불가능하다며 외면받을 때 두 사람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그것이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철강업계 후발주자인 포항제철이 세계정상에 서기까진 반세기가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초고강도 스테인리스강과도 같던 포스코에 녹이 슬기 시작했다. 글로벌 업황 불항에 무리한 M&A(인수합병)로 인해 최근 수년간 경영환경이 극심히 악화됐다. 권 회장은 '위기의 포스코'를 '위대한 포스코'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있다. 이에 권 회장은 고 박대통령과 고 박 명예회장의 '제철보국' 정신을 떠올리며 초심을 찾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오전 10시10분 고 박 명예회장의 묘소에는 고 박 명예회장의 부인 장옥자 여사도 나와있었다. 장 여사는 권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및 계열사 사장단과 한명 한명 악수를 나눴다.

  • ▲ 환담을 나누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장옥자 여사ⓒ뉴데일리
    ▲ 환담을 나누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장옥자 여사ⓒ뉴데일리


    이 자리에선 권 회장을 비롯해 김진일, 윤동준, 이영훈, 장인환 등 사내이사진과 황태연 포스코건설 사장이 분향했다. 참배가 끝나고 권 회장과 장 여사의 환담이 5분 가량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포스코 회장직이라는)좋은 자리에 오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명예회장님의 뜻을 다시 기리며 마음을 다잡고 튼튼한 포스코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참배를 마치고 차에 탑승하려는 권 회장에게 기자들은 '동부 계열사 패키지 매입'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권 회장은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인수와 재무구조 개선은 거리가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이라며 "실사가 끝나기까지 1달여 정도 걸리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권 회장이 돌아가고 임원들과 계열사 사장단들도 하나 둘씩 개인차량을 탑승해 현충원을 빠져나갔다. '제철보국'의 충혼을 기리며 '초심'을 찾은 포스코가 '위대한 포스코'로 다시금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 환담을 나누고 있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장옥자 여사ⓒ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