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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9시35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고(故) 박정희대통령 묘소 앞에는 철(鐵)인들로 가득했다. 전무급 이상의 포스코 임원들과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이 한데 모인 것.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완연한 봄날이었지만 분위기는 비장했다. 이날은 바로 1968년 4월1일 '포항제철'로 역사를 시작한 포스코의 46주년 창립기념일이다. 포스코가 창립기념일을 맞아 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48분께 검은색 에쿠스차량이 묘소 앞에 도착했고, 포스코 권오준 신임회장이 차에서 내렸다. 권 회장과 포스코 임원들, 계열사 사장단은 열을 맞추고 박 대통령의 묘역에 올라 참배했다.
참배를 마치고 고 박 명예회장의 묘소로 가는 길에 권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창립기념일을 맞아 '더 그레이트 포스코'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현충원을) 방문했다"며 "회사창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두 분을 뵙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며, 과거 포스코의 영화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발전사에 있어 포항제철을 빼놓을 수 없고, 포철하면 고 박 대통령과 고 박 명예회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제철보국(製鐵保國:철을 만들어서 나라에 보답하겠다)'의 신념을 가슴 속에 품었다. 1960년대 전 세계로부터 가난한 나라 한국에 제철소 건립은 불가능하다며 외면받을 때 두 사람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그것이 바로 '한강의 기적'이다. 철강업계 후발주자인 포항제철이 세계정상에 서기까진 반세기가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초고강도 스테인리스강과도 같던 포스코에 녹이 슬기 시작했다. 글로벌 업황 불항에 무리한 M&A(인수합병)로 인해 최근 수년간 경영환경이 극심히 악화됐다. 권 회장은 '위기의 포스코'를 '위대한 포스코'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있다. 이에 권 회장은 고 박대통령과 고 박 명예회장의 '제철보국' 정신을 떠올리며 초심을 찾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오전 10시10분 고 박 명예회장의 묘소에는 고 박 명예회장의 부인 장옥자 여사도 나와있었다. 장 여사는 권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및 계열사 사장단과 한명 한명 악수를 나눴다. -
이 자리에선 권 회장을 비롯해 김진일, 윤동준, 이영훈, 장인환 등 사내이사진과 황태연 포스코건설 사장이 분향했다. 참배가 끝나고 권 회장과 장 여사의 환담이 5분 가량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포스코 회장직이라는)좋은 자리에 오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명예회장님의 뜻을 다시 기리며 마음을 다잡고 튼튼한 포스코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했다.
참배를 마치고 차에 탑승하려는 권 회장에게 기자들은 '동부 계열사 패키지 매입'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권 회장은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인수와 재무구조 개선은 거리가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이라며 "실사가 끝나기까지 1달여 정도 걸리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권 회장이 돌아가고 임원들과 계열사 사장단들도 하나 둘씩 개인차량을 탑승해 현충원을 빠져나갔다. '제철보국'의 충혼을 기리며 '초심'을 찾은 포스코가 '위대한 포스코'로 다시금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