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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이 경인운하 공사를 담합해 거의 전 구간을 나눠먹기식으로 낙찰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경인운하 건설공사의 입찰을 담합한 11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91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공구분할 합의에 직접 참여한 6개 대형 건설사는 법인과 함께 전현직 임원 5명도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고발 대상이 된 6개 대형 건설사는 대우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이다.
현대엠코와 현대산업개발, 동아산업개발, 동부건설, 한라 등 5곳은 입찰에 들러리를 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이 내려졌다.
건설사별 과징금 규모를 보면 대우건설이 164억원으로 가장 많고 SK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149억원이다. 그 다음으로 현대건설 133억원, 삼성물산 84억원, 현대엠코 75억원, GS건설 70억원, 현대산업개발 62억원, 동아산업개발 54억원, 동부건설 24억원, 한라 21억원 등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09년 발주한 경인운하사업은 인천시 서구 경서동(서해)~서울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 유역을 물길로 잇는 사업으로 총 발주 금액은 1조3485억원에 이른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입찰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중국음식점에서 토목담당 임원급 모임을 열고 경인운하 6개 공구중 4~5개 공구에 나눠 참여하기로 하고 공구분할에 합의한 뒤 결국 낙찰에 성공했다.
낙찰사들은 들러리사에 컨소시엄 구성을 주선하고 얼마에 입찰할지 가격을 미리 조정했다. 들러리사는 일부러 품질이 낮은 설계를 제출했다. 그 대가로 나중에 낙찰사가 대형공사를 따낼 때 공동사업자로 참여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담합으로 인해 설계와 공사가 부실해졌을 수도 있다. 낙찰가는 발주처가 공고했던 예정가의 88~93%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일반 건설 현장 입찰에선 예정가의 70~80%에 낙찰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공사비용이 더 들어간 셈이다.
이른바 빅 6로 불리는 대형 건설사들은 인천지하철 공사에 이어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에서도 담합 사실이 연이어 적발됐다.
이와 관련 공정위 조사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국가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공공입찰 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실효성이 있는 제재를 위해 발주처 등과 협의를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