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공모시기 5개월이나 늦추는 '꼼수'임명전부터 언론에 잇단 보도로 '내정설' 의혹정계·문화부 고위 인사와 친분으로 윗선 개입설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임명됐다. 그런데 그의 임명과 동시에 과정에 '꼼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 이사장의 임명을 위해 공단이 단체로 움직였다는 말부터 윗선 개입설까지, 이 이사장을 향한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창섭 교수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굵직한 의혹 세가지를 정리해본다.<편집자 주>

◇ 체육공단은 왜 이사장직 공모 시기를 늦췄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체육공단)은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 토토) 등을 운영하며 조성한 기금으로  생활·전문 장애인 체육 진흥 사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국내 체육계에 필요한 자금의 8할가량을 이곳에서 총괄 조성·관리하고 있고 생활체육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이사장은 일반 시민들한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로 꼽힌다.

이사장은 공단 내부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도록 돼있다.

체육공단의 정정택 전임 이사장은 지난 2010년 10월 15일 직책을 맡은 후 3년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10월 1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의 후임으로 이창섭 충남대 교수가 지난 4월 3일 임명됐다. 

그런데 6개월여 동안 정 전임 이사장은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계속 그 자리를 지켜야 했다. 후임 이사장 직 공모 시기가 터무니없이 늦었기 때문이었다. 

체육공단은 정 전임 이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후임 이사장에 대한 공모를 시작하지 않았다. 늦어도 9월에는 후임 이사장 직을 공모하고 미리 새로운 이사장 맞을 준비를 해야했으나 그러지 않은 것이다. 

어물쩍거리던 체육공단은 신임 이사장 공모를 2014년 2월 28일에나 정식 공고했다. 약 5개월간 공모를 미뤘다.

이와 관련 체육공단 측은 "임명권자가 연임과 사퇴의 통보가 없어 기간이 늦춰진 것 뿐"이라며 "연임 여부에 대한 통보를 받은 건 2월정도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마치 의도된 것처럼 공모 시기가 이 이사장이 공직을 다시 맡을 수 있게 되는 시기인 올해 2월 11일을 지나서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총선때 시의회 의원 등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아 공직에 오를 수 없는 '자격정지' 기간 5년을 받은 바 있다.

체육공단이 자체적으로 이 이사장을 공모에 지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공모 시기를 늦추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이사장직 공모 시기와 이 이사장의 '피선거권 봉인 해제' 시기가 맞물린 것과 관련해서 체육공단 측은 "공모가 2월28일에 났고 거기에 자발적으로 지원하신 것"이라고 설명할 뿐이었다.


◇ 체육공단 이사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2월 28일 이사장직 공모에는 17명의 지원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육공단에 따르면 해당 17인의 지원자들은 서류심사 등으로 경력 사항을 평가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3인이 보고된다.

  • 그런데 공모 이전부터 체육공단 이사장에 이창섭 교수가 내정됐다는 '내정설'도 신빙성이 돌기 시작했다. 2014년 초부터 체육공단 이사장에 이 교수가 내정됐다는 얘기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여러차례 거론된 것이다.

    지난 3월 25일 충청도 지역지인 한 언론은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수가 조만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에 발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며 내정설을 보도했다.

    체육공단 이사장에 공모하려고 했던 A씨는 고위 인사로부터 "이사장은 이미 내정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른 익명의 제보자 역시 "공모가 나기도 전에 공공연하게 공단 내의 노조와 관계인들은 이미 후임에 이 교수가 내정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하며 내정설에 신빙성을 더했다.

    만약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이 교수 임명까지의 과정은 커다란 의혹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 학연·지연 얽힌 윗선 개입설

    이 이사장은 충남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전중학교와 대전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대전의 핏줄이다. 자신의 직장인 충남대 체육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원 체육교육 석사과정을 밟은 인재로, 1994년까지는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대학원 이학박사(스포츠사회학)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의 경력도 화려하다. 2012년까지 충남대 교육대학원 대학원장을 역임했고 국민체육공단 비상임이사로 활동해왔으며 한국체육교육학회 회장, 한나라당 대전시 대덕구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도 임무를 다했다.

    뛰어난 인재로 활동해 온 이 이사장을 뒤에서 누군가 밀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공모 시기 하루 전날인 2월 27일, 문체부가 주최하고 공단 이사장 후보 평가자인 문체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스포츠 3.0 세미나에서 지역 체육발전에 대한 연설을 했다는 데에서부터였다. 

    이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위인사와 '학연'으로 얽힌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 고위인사와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동문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정계 고위 관계자의 힘을 등에 업었다는 의혹도 등장했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충청지역을 넘어 현 정부의 실력자로 알려졌으며, 이 이사장과는 2008년 총선에서 대전시 대덕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면서부터 남다른 친분이 언급돼오고 있는 인물이다.

    이와 관련 체육공단 측은 전혀 아는 바 없다면서 "세미나를 하는 것은 교수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아니냐"는 답변을 내놨다. 또한 이 이사장은 해당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