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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대표 권오갑)가 자회사인 현대오일터미널을 통해 상업용 저장시설을 짓고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류 저장사업을 시작한다.
9일 현대오일뱅크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현대오일터미널에서 권오갑 사장과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 정수철 울산항만청장, 박성환 울산광역시 부시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류 저장시설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권오갑 사장은 "유류저장사업이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윤활기유, MX(파라자일렌원료) 사업 등과 함께 현대오일뱅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데 큰 역할은 물론, 동북아 오일허브 전략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신항 남항부두의 공유수면 8만7000㎡를 매립해 건설한 현대오일터미널의 유류 저장시설은 5만DWT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총 28만kl의 석유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35기의 저유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 탱크로리(20kl) 1만4000대를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이미 사업성을 인정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2년에는 사모투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330억원의 재무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 총 저장용량의 90% 이상이 계약 완료된 상황이다.
총 사업비 1000억원이 투입된 유류 저장시설은 착공 2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기계적 준공을 마쳤다. 비슷한 규모의 공사가 통상 매립부지 조성에 30개월, 상부시설 건축에 20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공기를 절반 가까이 단축한 셈이다. 바다를 메우는 동시에 저유소를 짓는 공정 혁신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이에 따라 몇 년 동안 표류해 왔던 울산신항의 남항부두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 동안 남항부두의 중앙에 남은 공유수면이 인접 매립지의 지반 안정성을 위협하면서 사업자들이 상부시설 공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유수면이 유류저장시설로 변신하면서 나대지 상태였던 양쪽 매립지에도 시설물이 속속 올라가기 시작했다.
울산은 석유화학단지가 몰려 있어 유류 저장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지역이다.
특히 잦은 지진과 노후화 된 저유시설, 대형 유조선 접근을 방해하는 얕은 수심 등으로 안정적인 물류운영이 어려운 일본의 석유물류 대체지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게다가 일본 대지진 이후 발전 연료유의 장기저장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여서 유류 저장시설이 들어서기에 안성맞춤이다.
현대오일터미널 관계자는 "석유사업자는 기름을 한번에 많이 사는 것이 가격이나 운임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면서 "공사 중에도 큰 탱크가 있는 이곳에 물량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공급하려는 일본 화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