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대 발주후 일방 취소...제조업체 상장폐지
  • ▲ K-PADⓒ제공=엔스퍼트
    ▲ K-PADⓒ제공=엔스퍼트

     

    KT가 중소업체와 17만대분의 태블릿PC 납품 계약을 맺었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를 한 뒤 논란이 일자 또다시 무효계약을 강요하는 등 갑의 횡포를 일삼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게됐다.

    공정위는 14일 KT가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 (K-PAD) 17만대(510억)를 제조위탁한 후 판매 등이 부진하자 제품 하자, 검수조건 미충족 등을 이유로 제조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것은 부당한 위탁취소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억8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KT와 엔스퍼트 간 악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판매를 시작하자 그해 9월 KT는 엔스퍼트와 'K패드' 17만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570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과의 협력 사례로 대대적인 홍보도 펼쳤다.

     

  • ▲ ⓒ제공=엔스퍼트
    ▲ ⓒ제공=엔스퍼트

     

    문제는 이듬해 시작됐다. 17만대 계약은 진행되지 않았고 두 회사는 두 개의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K패드 관련 계약을 3개월 연장해 2011년 6월까지 미루는 합의서와 2010년 9월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이었다. 상반된 이면 계약이 체결됐다. 이어 KT는 대신 K패드 후속모델 '아이덴티티 크론'을 2만대, 120억원어치 구입하기로 했다.

    엔스퍼트 측은 “KT 측이 이면 계약을 종용했다”며 “KT가 두 계약 중 먼저 맺은 연장 계약을 지키는 듯이 기술 개발 실무 협의를 유지해 믿을 수밖에 없었고 당시 사업을 KT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무효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지위였다”고 설명했다.

    그해 말 KT는 애플 아이패드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K패드와 아이덴티티 크론의 납품은 5만대에서 멈췄다.

    이미 구매한 자재를 썩히게 된 엔스퍼트는 자금난을 못 이겨 상장폐지 됐다.

    엔스퍼트는 2011년 11월 공정위에 KT를 신고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5월 무혐의 처리됐다.

    다음달 엔스퍼트는 공정위에 KT를 재신고했고 이전과 달리 지난해 11월 협의 명령이 나왔지만 결국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관련 사실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쳐 KT가 하도급법상 부당한 위탁취소 행위를 한 것으로 최종 판명했다.

    엔스퍼트 측은 “이번에 위반 사실이 명확히 입증된 것”이라며 “민사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중규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번 조치는 IT 분야 하도급거래에서 수급사업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단가인하와 발주취소, 반품, 기술유용 등 불공정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IT 분야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