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 호흡 안정찾아'...
"체온 33℃까지 낮춘 뒤 시간당 0.25℃씩 다시 높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은 가운데, 의료진과 삼성 측의 발 빠른 초기 대응 조치로 고비를 넘겨 삼성그룹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회복을 기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장 건강 위기 관련 삼성 측의 이번 대응은 재해나 질병 등 각종 사건이나 사고 발생 시 선제 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은 그림과도 같다는 게 외신들과 네티즌들이 쏟아낸 평가이기도 하다.

12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 10일 밤 11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갑작스레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이에 삼성 측은 위급이라 판단, 이 회장을 자택 인근인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고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이 회장의 급작스런 심장마비 증상에 따라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분초를 다투는 긴급 사황 속에서 삼성서울병원 측과 순천향대병원 의료진의 신속한 조치로 3시간의 위급상황을 넘길 수 있었던 것.

이후 심장기능이 호전된 이 회장은 익일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진단을 받고 급성 심근경색을 판정 받은 뒤 심혈관 확장술인 '스탠트' 시술을 받았다. 스탠트 삽입 시술은 심장의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함이기 때문이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시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이후 이 회장은 추가 처치 없이 병실로 옮겨져 유지를 위한 보존적 치료(약물 및 수액치료)만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이회장의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면서 12일 오전 8시30분경 에크모(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or. 체외막산소화장치)도 제거한 상태다. '에크모'는 망가진 심장과 폐의 기능을 되살려주는 구호 장비로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인공심장'으로 불린다.

응급환자 중에서도 초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장비이며,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심장이나 폐가 각각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두 장기가 한번에 기능을 상실했을 경우 피가 밖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심장과 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만들어주는 기기다.

이는 심폐소생술을 받던 환자가 심정지가 됐을 때 에크모를 활용해 ECPR(에크모를 활용한 CPR)을 시행할 경우 생존율이 크게 올라간다는 학계 보고가 있은 뒤 국내에서 활용이 커진 상황이다.

삼성그룹 측은 이날 오전 "간밤 이건희 회장의 회복 과정에는 더 이상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 회장이 지난 11일 시행된 24시간 저체온 치료가 끝나면 체온을 다시 높이는 추가 처치를 시행하고 이 때 의식을 회복시키는 추가 치료도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장은 자가 호흡은 돌아왔지만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깊은 수면상태(deep sedation)'에 빠져있고, 이 과정이 지난 뒤 정상체온을 회복화면 수면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저체온 치료는 체온을 낮춰 세포대사를 제한해 조직 손상을 최소하하는 치료법으로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인체에 혈액을 다시 흘려보낼 경우 활성화산소가 발생한다. 활성화산소는 세포 파괴 등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저체온 치료의 첫 번째 단계는 최대한 빨리 환자의 체온을 32~34℃ 수준까지 낮추는 작업(인덕션)이다. 차가운(4℃) 생리식염수를 환자 몸에 주입하거나, 낮은 온도의 깔개(쿨링매트리스) 등을 사용한다.

이후 이 체온을 24시간 정도 유지하는데, 자동체온조절장치와 같은 기계가 세밀하게 체온을 관리한다. 

이 기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혈관 안에 카데타(관)를 넣어놓고 이 관을 통해 흘려보내는 식염수 등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가슴 안쪽(흉강)에 붙인 하이드로젤을 통해 약 33℃ 정도의 체온을 지키는 방식이다.

마지막 과정은 다시 환자의 몸을 정상 체온(36.5℃)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역시 자동체온조절장치를 사용해 시간당 0.25℃씩 몸의 온도를 높인다. 

저체온 유도에 1~2시간, 유지에 24시간, 체온 회복에 12시간 등 보통 저체온치료의 세 단계를 모두 진행하는데 36~40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 회장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마친 11일 오전 2시께 직후부터 저체온치료에 들어갔다면, 이르면 13일 이른 오전 중에는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박규남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한국저체온연구회장)는 "심정지 상태였다가 다시 자활순환이 시작된 환자의 몸에서는 활성산소와 사이토카인(세포간 신호전달 매개 단백질)을 비롯해 수백가지 종류의 물질의 분비가 늘어나고,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뇌·심장·신장 등 주요 장기의 손상이 진행된다"며 "이 같은 손상을 막거나 줄이기 위해 미국심장학회 등에서 저체온치료법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위독한 상황을 넘기자 삼성그룹 역시 빠른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삼성그룹 및 삼성전자 등의 계열사는 월요일인 이날 오전부터는 기존대로 정상 업무 활동을 차질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비상 경영체제가 꾸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우려와 달리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이 회장의 상태에 따라 아직 비상체제 전환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급성 심근경색 소식에 외신들은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며 각 매체들이 이 내용을 핫 토픽으로 다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이건희 회장의 시술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이건희 회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삼성 측의 입장을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로이터 통신도 '이건희 회장이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했지만 응급실에서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발빠른 시술에 성공했다'며 이건희 회장의 그간 병력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현재 이건희 회장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스텐트 삽입 시술 후 안정된 상태로 회복하고 있다”며, “아직 후유증에 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초기 응급치료를 잘했고, 이후 관련 시술도 매우 성공적이었던 만큼 건강 회복과 집무 수해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급성 심근경색 소식에 네티즌들은 "이건희 급성 심근경색, 삼성그룹 초비상 상태에서 긴장할만 했겠네", "이건희 급성 심근경색, 세월호 참사와 굉장히 대비되네. 뭐든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건희 회장 급성 심근경색,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 대통령이기도 하다. 빠른 쾌유를 빈다", "이건희 회장 급성 심근경색 증세가 빨리 호전되고 있다니 정말 다행. 빨리 털고 일어나시길"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