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기업 벗어나 B2C 사업 활로 개척 나서패션업계선 "무모한 도전...경쟁상대 안돼"일진그룹 "조프레시가 SPA브랜드 시장 선점해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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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일진그룹
일진그룹(회장 허진규)의 첫 패션사업 진출을 두고 시장에서는 우려 섞인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부품소재 사업에 주력해왔던 일진그룹은 지난달 의류 유통업 첫진출 소식을 알리면서 SPA라는 사업의 성격과 일진그룹의 강점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기업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패션 사업 진출 소식에, 패션 시장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13일 일진그룹에 따르면, 최근 패션부문 자회사 '오리진앤코'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로는 금강에서 브랜드 부문장으로 일했던 남기흥 씨를 영입했다. 남 사장은 "유니클로가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이 지나 식상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캐나다 브랜드 조프레시(Joe Fresh)는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며 "조프레시가 SPA 브랜드 시장을 선점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프레시는 지난해 북미에서 4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로, 남 사장은 "조프레시는 디자인의 독창성이 없거나 질 낮은 재료를 쓰는 기존 SPA 브랜드와 다를 것"이라 소개했다.
B2C시장 진출에 '우려' 짙어
SPA 시장 경쟁 치열…'잘 될까'
제조업 기반의 B2B 사업을 벌이다가 처음으로 B2C인 패션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기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우려가 난무하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기업 브랜드를 더 알리려고 패션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된다"라면서 "차라리 광고를 하거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쟁상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통 관계자 역시 "기본적으로 B2B와 B2C의 유통채널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일진그룹 측은 "패션 사업은 수년 전부터 검토해와 가닥을 정하게 된 것"이라며 "패션사업 진출을 결코 홍보수단으로 본 적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SPA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신규 진출하는 SPA 브랜드의 전망 또한 밝지 않다는게 지배적 의견이다.
현재 국내 SPA 시장은 '빅3'라 불리는 유니클로와 자라, H&M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랜드의 '미쏘'나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처럼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국산 SPA 브랜드들이 높은임대비용과 초창기 유통망 등의 어려움을 딛고 차츰 성장세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자체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만들고 거액을 쏟아부었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한 부분이 기준점이 돼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반면 일진그룹은 오히려 SPA 시장 성장률이 좋은 만큼 기업 브랜드 알리기 효과는 물론 좀 더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진그룹 측은 "앞으로 패션업계를 주도할 두 가지 트렌드는 스포츠를 접목한 아웃도어와 SPA"라면서 "국내 SPA 시장은 성장세가 빠른 반면 위험부담도 커서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대신에 유니클로만큼의 대형 유통 시스템을 갖춰 원가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 내 상품 교체 주기는 1주일로,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을 따라잡으면서 품질력과 디자인 수준을 유지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프레시는 오리진앤코의 10년 국내판권 독점 계약으로 이달 31일 명동에 직영 1호점을 연다. 또 6월에는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에, 11월에는 코엑스몰에 출점하는 등 연내에만 10개점을 낼 계획이다.